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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우리는 사랑에게 '가스라이팅'당하고 있다.
'가스라이팅'은 상황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의심을 불러 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잔잔한 나의 물결에 어떤 돌이 뛰어든다. 파도가 인다. 이전의 나와 무척 다르다. 이게 진정 나인가? 현실이 맞나? 해야할 일은 뒷전이다. 모든 것을 내팽개친다. 이래도 되나?
사랑이란 어떠하다라고 규정될 수 없다. 각자의 삶에서 찾아 의미가 생기고 만들어져야할 '좋음에 대한 지향'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 롤랑바르트는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언제나 실패한다." 말한다. 사랑의 존재론: 오늘날의 사랑에 대한 비판적인 소고에 따르면 사랑의 '무엇'을 이야기 하는 일은 사랑을 지시하고 있(다고 뎌겨지)는 사랑 주변부의 것들, 사랑의 정황들이나 효과들에 의해 대리-설명될 뿐이다. 니체에게는 사랑이 기본적으로 힘의 확장을 목표로 하는 소유욕으로 부터 자라난 충동이다. 그것이 인간을 구성하는 힘에 의지이므로 사랑의 충동은 생명에 속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비이기적'이어야 한다는 섬뜩한 넌센스에 이르기 까지 말이다. 사람들은 강건하게 자기 자신을 잡고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용감히 자신의 두 다리로 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사랑할 수 없다. 우리가 사랑에 열광하고 사랑이라는 현상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그것이
희귀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스라이팅 화법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사랑은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그건 니가 잘못 알고 있는거야', '너는 왜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왜 이해를 못하는지 모르겠네', '너 잘되라고 하는 거 잖아', '좀만 더 노력하지 그랬어'라며 가스라이팅 멘트를 던진다. 이는 우리에게 나의 감정에 대한 의심, 현실감 상실, 죄책감, 고립감 등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사랑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 저명한 학자들도 결론내리지 못하는 이 사랑이 우리에게 이것이 사랑이라며 우긴다. 사랑이 사람이라면 헤어지기라도 하지 얘를 어쩐담. 헤어지지 못하는 이 사랑과 평생을 함께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것이 힘들 때면 주변인과 정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한다.
이런데도 왜 사랑을 하는가. 학창시절 배웠던 용비어천가에는 '사량(思量)'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생각하며 헤아린다는 의미이다. 사람을 생각하고 헤아리는 것을 사량이라고 하며 사랑이라는 어원이 아닌가 말한다. 어떤 이에 대해 떠올리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얼핏 존중 같지만, 존중은 또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진심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혼자 한자를 조합해보니 역사 사(史)에 물결 랑(浪)또한 말이 된다. 우리의 삶에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눈물이 흘러나오기도하며, 때론 방탕하게 뛰쳐나가기도 맹랑하게 즐기기도 하는 것. 그것의 역사이다. 물결 랑에는 파도, 눈물, 방탕함, 맹랑함 등 다양한 의미가 있었다. 랑자에 있는 그 모든 의미가 마치 내가 사랑이라도 외치듯 하나도 빼두기 싫었다. 사랑은 어쩌면 우리의 유전자에 남을 역사이며 그 역사에는 파도 눈물 방탕 맹랑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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