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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2
바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전부 바보라고 생각했다. 전두엽 활동이 마비되어서, 도파민과 옥시토신 등등 호르몬이 분비되어서...를 논하기 전에 그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붉은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볼은 발그레 상기되어 있고 자꾸만 히죽대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줄곧 하기도. 이성보다는 감정이 조금 더 앞서는 변덕쟁이가 되어버렸다. 뭐, 꽤나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 정도 바보가 될까 궁금했다. 사랑이 찾아오니 내가 보았던 바보들 보다 훨씬 더 바보가 되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 보고 말고 따윈 없이 와락 덤벼들었다.
애정과 애증
무작정 덤벼든 마음은 다치기 쉬운 마음일 줄은 몰랐다. 단단했던 마음은 어느샌가 물렁해져있었고, 달콤한 내음이 나던 겉은 속을 파보면 썩어 있었다. 처음 마주하는 내가 끝없이 깨지는 과정이었다. 운명에 맡겨버리고 마음껏 착각 속에 살아도 좋을 것 같았는데, 상상만큼 현실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마음에서 수를 없애리라 작정했지만 주는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섭섭함은 입안에서 맴돌았다. 뱉고 싶었던 단어들이 마구 떠올라 토해버릴 뻔했지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대로 주물럭대고 상대의 입에 넣어버리기만 하면 다인 줄 알았다. 주는 사랑으로 예쁘게 포장된 이기적인 마음은 너와 멀어져 갈 뿐이었다.
지저분한 마음
대충 벗어둔 옷처럼 너저분하게 감정들이 널려있었다. 한곳에는 끈적하게 덩어리진 감정이 마구 모아져 있었다.
(청소와 비유해서 지난 날의 감정과 화해한다)
위로
우연하게 사랑에 빠지고, 필연적으로 이별하게 되어도 허무해하지 않기로 한다. 대단한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은가. 초라했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장 예쁜 시절의 기억이다. 섣부르게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해서 사랑을 하겠다 나지막이 다짐해 본다. 당연했던 미숙함을 되짚으며 못나 보이기만 했던 조각을 다시 엮어본다. 스스로 생채기를 내기 바빴던 그때의 너와 나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단잠의 세상이 그곳으로 이끈다면 꼬옥 안아주고 싶다.
용기
닿아있는 곳에서 최대한의 충만함을 느껴보자. 상처난 마음에 연고를 살살 바르고, 달래가며 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조심히 다뤄야 한다. 스스로를 보듬는 방법은 이제 조금은 알았으니, 또다시 용기 있게 사랑에 뛰어들 준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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