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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3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전부 바보라고 생각했다. 도파민과 옥시토신 따위의 호르몬 분비를 논하기 전에, 그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붉은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볼은 발그레 상기되어 있고 자꾸만 히죽대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줄곧 하기도.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변덕쟁이가 되어버렸다. 뭐, 꽤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만큼 바보가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사랑이 슬며시 찾아왔을 때, 생각해 보고 말고 따윈 없이 와락 덤벼들었다. 내가 보았던 바보들만큼 바보가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자연스레 입과 몸에서는 단향이 풍겼고 세상은 붉게 물들어갔다. 하지만 무작정 덤벼든 마음은 다치기 쉬운 마음일 줄 미처 알지 못했다. 단단했던 마음은 어느샌가 물렁해져있었고, 달콤한 내음이 나던 겉은 속을 파보면 썩어 있었다. 운명에 맡겨버리고 마음껏 착각 속에 살아도 좋을 것 같았는데 상상만큼 현실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마음에서 수를 없애리라 작정했지만 주는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섭섭함은 입안에서 맴돌았다. 뱉고 싶었던 단어들이 마구 떠올라 토해버릴 뻔했지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대로 주물럭대고 상대의 입에 넣어버리기만 하면 다인 줄 알았다. 주는 사랑으로 예쁘게 포장된 이기적인 마음은 너와 멀어져 갈 뿐이었다. 그렇게 멀어져 다신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었을 때 한참를 누워지내다 지저분한 마음을 치워보기로 했다. 대충 벗어둔 옷처럼 너저분하게 감정들이 널려있었다. 한곳에는 끈적하게 덩어리진 감정이 모아져 있었다. 어떤 사랑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방안은 어지럽혀져있다. 발로 치우고 밟아댄 흔적들이 이제서야 눈에 보인다. 당연했던 미숙함을 되짚으며 못나 보이기만 했던 조각을 다시 주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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