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초고3

"왜 기분 좋아보여? 기분 안 좋아지게?" "나한테 가스라이팅 하지마!!!!!!" 걔랑 나랑 이런 말을 주고 받았잖아. 일부러 내뱉은 말이라는 느낌 딱 알지? 서로를 떼어 놓느라. 이 관계를 계속하면 앞으로 서로 힘들어질게 뻔하니까 누구 하나 헤어지기는 싫고. 사랑하는 마음과 달리 서로를 밀어내게 되는 이 현실에 지치더라. 야, 진짜로 사랑이 뭐냐. 뭔데 이 지경이 되도록 사랑을 하는거냐. 가스라이팅이라는게 그냥 가스라이팅이아니라. 사랑 자체가 가스라이팅 아닌가 싶다. 뭐 정체도 없고. 나 자신을 의심하게 하고. 되묻게하고. 진짜 힘들다. 나 이 가스라이팅은 이 사랑은 도저히 못 잊겠다.
그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랑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 가스라이팅이라는게 상황조작해서 다른 사람 마음에 의심을 불러 일으키는 거니까. 사랑을 하고 있자면 스스로에게 '그건 니가 잘못 알고 있는거야', '너는 왜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왜 이해를 못하는지 모르겠네', '너 잘되라고 하는 거 잖아', '좀만 더 노력하지 그랬어'라는 둥 힘든 말을 하게 되잖아. 그 저명한 학자들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랑.
이따위 사랑을 왜 하는걸까? 사랑 니가 뭔데 날 울려~ 학창시절 배웠던 용비어천가에는 '사량(思量)'이라는 단어 나오는거 기억나? 생각하며 헤아린다는 의미라네. 사람을 생각하고 헤아리는 것을 사량이라고 하며 사랑이라는 어원이 아닌가 말하는 사람도 있대. 어떤 사람에 대해 떠올리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얼핏 존중 같지만, 존중은 또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진심으로 나오는 거 아닌가?
나 혼자 또 한자를 조합해보니 역사 사(史)에 물결 랑(浪)또한 말이 되더라. 우리의 삶에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눈물이 흘러나오기도하고, 때론 방탕하게 뛰쳐나가기도 맹랑하게 즐기기도 하는 것. 그것의 역사라는 뜻이지. 물결 랑에는 파도, 눈물, 방탕함, 맹랑함 등 다양한 의미가 있었더라고. 랑자에 있는 그 모든 의미가 마치 내가 사랑이라도 외치듯 하나도 빼두기 싫었어. 사랑은 어쩌면 우리의 유전자에 남을 역사이며 그 역사에는 파도 눈물 방탕 맹랑이 있을 거야. 그 어려운 사랑을 우리는 또 하겠지.

(5.3매)

1

0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