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초고3
널 다시 만났을 땐, 이미 변해 있었다. 사랑이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이젠 예전과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변한 널 보며, 그럼 대체 너 누구냐고 물었다. 울부짖었다.
“이렇게 행동하면, 나 너 못 만나.”라는 말에 울음을 멈추려했다. 딸꾹질이 나왔다. 울음이 새어 나왔다. 손으로라도 막아봤다.
아직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너는 다른 사람이었다. 어떻게 아직 사랑하는 상대에게 저런 말을 하니.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거니. 그런데 그 껍데기라도 옆에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말뿐인 사랑이라도 상관없었다. 그래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저게 벌써 5년 전이다. 변했다고 하는 넌, 변하지 않았다. 또 다시 넌 말했다. “모르겠어.” 그 말 이제 진절머리난다. 대체 넌 언제 아는데? 네 마음을 누가 아는데? 우리의 장작불은 생명을 다 한 걸까. 불쏘시개가 될 네 사랑이 없는 걸까. 내 사랑은 무한 제공인데, 맘껏 태울 수 있는데... 우리 사랑에 불순물이 가득해서 더 이상 불쏘시개가 아니게 된 걸까. 못되는 걸까. 불쏘시개가 될 사랑을 포장해서 기다릴테니, 이제 네 차례다. 뭐든 가져다 주면 좋겠다. 정리된 생각이든, 네 입장이든.
상처가 나면 살이 파이고, 회복될 때는 다시 붙어 새살이 돋아나듯, 우리가 다시 만나는 건 치유의 봉합 같았다. 자연 치유는 아니였다. 바늘과 실의 인위적인 힘이 필요했다. 잘 지내다가도 이따끔씩 떠오르는 그 날의 기억에 아파했다. 살갗이 뜯기고, 다시 봉합되는 과정에 떨어져 나온 피와 딱지들은 고스란히 남아 없어지지 않았다. 바늘로 꿰맨 흔적도 아직 선명하다.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걸까.
널 놓으면, 색인도 함께 떨어질 것이다. 과거로부터 배우라고들 하지만, 널 놓으면 그 기억을 되새기는 게 가당키나 할까. 그래도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했기에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핑계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내 핑계가 다 닳기 전에, 너의 핑계가 우리를 붙잡아 주면 좋겠다. 우리 사이에 있는 사랑 외의 것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사랑을 모방하는 듯하다. 적어도 내가 보는 시야에서는 그렇다. 아무래도 좋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랑처럼 느껴지니까. 이제 당신의 시야를 보여주길 바란다. 쇼 미더 하트. 네가 우승해.
(5.6매)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