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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빈 강에 서서
​ 이정하
1
날마다 바람이 불었지.
내가 날리던 그리움의 연은
항시 강어귀의 허리 굽은 하늘가에 걸려 있었고 그대의 한숨처럼 빈 강에 안개가 깔릴 때면
조용히 지워지는 수평선과 함께
돌아서던 그대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랐지.
저무는 강, 그 강을 마주하고 있으며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목숨처럼 부는,
목숨처럼 부대끼는 기억들뿐이었지.

2
미명이다.
신음처럼 들려오는 잡풀들 숨소리
어둠이 뒷모습을 보이면
강바람을 잡고 일어나 가난을 밝히는 새벽 풍경들.
항시 홀로 떠오르는 입산금지의 산영(山)이 외롭고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슬픔의 시작이었지.

(1.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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