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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2

[너 진짜 아무나 만나 결혼할래?]

너 진짜 아무나 만나 결혼할래? 아니면, 너 마음에 쏙 드는 사람 만나 평생을 함께 할래? 나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이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남자 진짜 잘 만났다. 좀 잘해." 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녀 불문하고 나에게 연애상담을 하는 친구들이 꽤 많다. 사실 나는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어색하다. 왕년에 내 별명은 타칭, 쓰레기 컬렉터였거든. 삽질. 누구보다 깊게 했다. 그래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지. 사랑에 지치고, 울다가, 포기하고, 다시 용기내는 일련의 과정들을 계속해서 경험했다. 그 경험은 언제나, 유의미한 결과를 낳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치있는 것이 바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배우자가 사랑의 마침표는 아니다. 그러나 용기내어 찍어볼 수 있는 인생의 반점 정도는 된다. 마음에 점을 찍으려면 결심, 그 이상의 확신이 필요하다. 여기서 많이들 포기할 것이다. 무언가에 확신을 두고 행동하려면 사람이 꽤나 까다로워지거든. 연애할 땐, 분명 괜찮았는데 결혼하고자 하면 저 사람의 삐뚤한 엄지 손톱마저 심사하게 된다고.
나는 이 깐깐한 과정을 모두 거쳐 인생 최고의 사랑을 맛보는 중이다. 우리는 감사한 일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알고, 미안한 일엔 주저없이 사과한다. 나의 편함보다는 상대의 불편함이 더 걱정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날 세우지 않으려 한다. 따뜻한 말의 비중이 높다보니 그 말을 내뱉고 듣는 내가 꽤 근사해 보인다. 서로의 상처를 공유했고 우리의 근사함으로 얼마든지 안아줄 수 있다.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랑. 허황된 꿈이 아닌, 현실 속 나의 사랑이다.
이 글을 읽는다고, 최수종-하희라 같은 부부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접자. 그 분들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악의 선택은 막을 수 있다. 타고난 눈을 완전히 갈아 끼울 수 는 없겠지만, 너가 쓰고 있는 한알 빠진 색안경 정도는 벗겨내줄 수 있다고. 내가 바랐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아래의 과제를 수행해야 된다. 마음 속 피어오르는 사랑을 떠올리며 해답을 찾아보자!

1번_ Q&A 작성.
나를 돌아봐야한다. 아마 이 말은 웬만한 걱정거리에 만병통치약으로 쓰일 것이다. 그러니 그냥 외워야 되는 진리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동일하다. 대부분 타인에 관심이 쏠려있지, 그 관심을 나로 돌릴 생각을 잘 못한다. 사랑에 빠지면, 그렇더라. 사랑에 다쳐도 그렇고. "너는 왜그래?"라고 하기 전에, "나는 왜 이럴까?"를 먼저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 나를 이해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타인에 대한 이해심도 늘어난다.
나의 장점, 단점, 인생의 우선 순위 등 나에게 질문을 적극적으로 던져보자. 그리고 솔직한 답을 찾아보자.

2번_3가지 찾기.
내 배우자로 절대 안되는 것 3가지만 찾아보자. 안다. 까다로운 우리는 찾자고 마음 먹으면, 213가지 정도는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거르고 걸러 3가지만 뽑아보자. 이유는 필수다. 그 이유가 나의 결핍에서 올 확률이 많기 때문에, 나 자신이 더욱 뚜렷 해진다. 나는, 내면의 화가 많은 사람, 무능력한 사람, 대화가 안되는 사람, 이 세가지를 주문처럼 말하고 다녔다. 그 중 화가 많은 사람은 내 마음의 거리, 50m 안에는 들어올 수도 없었다. 가부장적인 집 안에서 태어나, 큰소리가 자주 났다. 시간이 지나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그럼에도 그 불씨가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한 삶을 살았다. 또다시 화르륵 타오를까. 무서운 것이 화는 번지더라. 차분하던 나도 돌변하게 만들더라. 그래서 애초에 뜨거운 불씨가 없는 사람이 좋았다.

3번_1가지 찾기.
이번엔 반대다. 내 배우자에게 원하는 것,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1가지를 찾아보자. 그런데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는게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은 하지말자. 빚쟁이를 만나도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그런 낭만을 뒤집어 쓴 빈껍데기 같은 말들 있잖아. 그런거 말고 너의 속을 까보자. 연봉 1억, 10억, 금수저, 이런 것도 좋다. 나는 엄격히 따지고 따져 배려를 뽑았다. 배려있는 척하는 저 사람 말고. 진심으로 내재되어 있는 착한 배려심, 나는 그것을 원했다. 그래서 사람을 오래봤다. 오래보니 사람별로 티가 나더라. 연기와 진짜가. "내가 힘들까봐", "내가 추울까봐", "내가 무거울까봐" 등 그가 나를 조금은 측은하게 보는 눈빛. 그것이 달랐다. "본인이 잘 보이기 위해서" 가 아니였다. 마음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는가. 방향의 차이이다. 이런 배려심은 오래도록 사랑을 못멈추게 한다. 그리고 나도 이런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4번_뭐 저래?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들을 파악해보자. 밑바닥을 보라는 이야기다. 밤새 연락이 안되고, 다음 날 휴대폰을 보니 여자와 논 것을 알게 되는 그런 일, 그럼에도 뻔뻔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그런 일, 그게 바로 그 사람의 밑바닥이다. 나의 실화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풍비박산 나는 밑바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편차가 매우 크다. 더러운 꼴은 더럽게 나둬라. 고치려 들지도 말고. 조금 신사다운 밑바닥이라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배우자라고 생각하면, 같은데의 연속일 것이다. 월급이 좀 부족한 것 같은데, 가끔 틱틱 거리는 것 같은데, 한 고집 하는 것 같은데. 다만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같은데, 이 정도는 그의 장점으로 감싸줄 수 있어." 이것이 핵심이다. 그런 확신이 있는가? 그에 대한 대답을 해보자.

내가 내어준 과제는 선택이 아니다. 필수이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다보면 필수인 것들이 자꾸만 선택으로 미뤄진다. 사랑해서 이해하려하고, 감당하려고 든다. "사랑해서"라는 말은 서글픈 말이다. 때로는 나를 잃어버리게 한다. 자꾸만 잊어먹게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사람이 필요했는지. 그렇다고 너무 삐그덕거리며 전략적일 필요는 없다. 날카로운 눈빛은 넣어두자. 자연스러움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사랑의 굴레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면 언제든 이 글을 열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나와 다시 마주하길.

(14.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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