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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2
-이것도 사랑이 되나요?
[사랑]
1. 명사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명사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 명사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사랑. 어렵다. 무어란 말인가. 사랑이. 모두 다르게 정의한다. 내겐 한없이 어려운 존재. 한때의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을 노래하기엔 나이가 들었고, 이미 진정한 내 반려를 만났다고 생각하며, 그로써 현재 누리는 삶이 아주 평온하다. 주제는 사랑. 뭐라도 써야만 한다. 그래서 며칠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에게 사랑은 폭풍전야와 같은 대상이므로 뭔가 당연한 것 말고 새로운 것을 써야 할 것만 같았다.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아. 나 요즘 사랑하는 거 있다.
"술 좋아하시나 봐요?"
"아니요, 사랑합니다."
"아아.. 아 예."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매일 술 마시는 우리 부부가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존재. 술. 그리고 사랑.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술’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우리 부부의 주종 소주부터 그다음은 막걸리, 하이볼까지 요즘 즐겨 마시는 술과 우리에 대한 TMI를 낱낱이 적어보겠다.
-한국인과 술
한국인과 술. 떼어 내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어쩌면 한국인의 DNA엔 술이 흐를지도. 성인이 되고 나면 자의든 타의든 술자리를 100% 피하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어 마신다. 누군가는 술자리를 즐기며 맛있게 마신다. 슬퍼도 마신다. 기뻐도 마신다. 신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술은 인간사 희로애락 그 모든 순간에 있다.
-첫 번째. 마시면서 배우는 술 게임
[소주(燒酒)]
1. 명사 곡주나 고구마주 따위를 끓여서 얻는 증류식 술. 무색투명하고 알코올 성분이 많다.
2. 명사 알코올에 물과 향료를 섞어서 얻는 희석식 술.
스무살 때 대학교 ot에서 처음 마신 소주의 첫입은 아주 독약 같았다. ‘으엑 이걸 마신다고?’ 게다가 나의 엄마, 언니는 단 한잔에 취하는 사람이기에 나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근데 마셔도 마셔도 안 취하네? 어? 나 왜 술 잘 마시지. 동기들과 2차, 3차, … 4차 정신 차리니 새벽 5시. 나의 첫 술자리 경험이다. 웬만한 양으로는 취하지 않는단 걸 안 때부터 너무 재미있는 거야. 술 게임 재미있지. 분위기 재미있지. 잘 마신다는 나름의 술부심까지 더해지니 소주와 함께 기고만장한 20대를 보냈다.
정신 차리니 30대. 친구들이 건강을 챙기기 시작. 다음날 힘들단다. 아무도 같이 마시지 않네. 특히 소주는 더더욱. 낙심. 그러다 운명적 만남. 구 남친, 현 남편. 술 좋아? Ok. 소주는? 완전 Yes. 반주는? 아 없어서 못 먹지~ 그렇게 우리의 지독한 술 사랑이 현재까지 진행 중.
-두 번째. 어디 까지 마셔봤어?
[막걸리]
명사 우리나라 고유한 술의 하나. 맑은술을 떠내지 아니하고 그대로 걸러 짠 술로 빛깔이 흐리고 맛이 텁텁하다.
당신은 온라인으로 주류를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모든 주류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다. 물론 예외가 있는 법. 민속주나 지역특산주. 즉 우리나라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와 구매가 합법이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는 전통주? 역시 막걸리. 술집에서 주로 보이는 국순당, 지평 등밖에 몰랐던 나는 목 넘길 때 특유의 향 때문에 막걸리를 싫어했다. 그런데 웬걸. 세상에 이렇게 많은 막걸리가 있다니. 밤 막걸리, 땅콩 막걸리, 복숭아·사과·멜론·잣·유자 막걸리 등등 … 먹을 수 있는 모든 식재료는 다 막걸리화 가능한 듯하다.
그중 내 최애를 소개하자면 두 가지. 톡 쏘는 탄산으로 누구나 거부감 없게 마실 수 있는 재미있는 막걸리. 이화백주. 목에서 넘어갈 때 은은한 바질 향이 부드럽게 퍼지는 바질 막걸리. 이 글을 읽는 당신. 아직 맛본 적 없다면 꼭 사서 마셔보시기를 바란다. 특히 이화백주는 대한민국주류대상을 받은 청와대 막걸리로 유명하니 꼭 드셔보시기를! 아, 물론 취향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 술은 그런 것이니까.
-세 번째. 섞어 마시는 재미
[하이볼 highball]
명사 위스키나 브랜디에 소다수나 물을 타고 얼음을 넣은 음료.
“우리도 맨날 소주 마시지 말고 다른 것도 좀 마셔봅시다!” 패기 넘치게 남편에게 한 말. 그쯤 우리 마음을 읽은 듯 산토리 하이볼이 유행하기 시작. 오 산토리~ 유행에 민감하진 않으나 따라서 하나씩 구매. 다른 유행은 넘어가도 술은 못 참지! 산토리 한 병. 그 옆에 진열된 죄로 진빔 한 병. 또 뭐가 맛있다더라, 아 잭다니엘 한 병. 병 디자인만 보고 덜컥 샀다가 실패하기도 수십 번. 음료수 같아 호로록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취하는 술.
돌고 돌아 현재 우리 부부가 사랑하는 하이볼은 이탈리안 하이볼인 스프리츠. 이탈리아의 식전주로 유명한 이 술은 원액에 와인과 탄산수를 섞어 마신다. 가장 좋아하는 건 아페롤 스프리츠. 정확히 하자면 아페롤은 ‘위스키’가 아닌 ‘리큐르’에 속하지만 뭣이 중헌가? 대충 섞어 만들었고 맛있으면 우리에겐 완벽한 하이볼인 것이다. 또 병은 왜 이렇게 예쁜 건지. 샛 주황빛 술이 가득 들어있는 아페롤 병을 보고 있으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 보니, 이건 사랑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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