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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3

<이것도 사랑이 되나요?>

"술 좋아하시나 봐요?"
"아니요, 사랑합니다."
"아아.. 아 예."
내게 누군가 물어온다면 반사적으로 0.01초 만에 대답할 수 있는 존재. 술. 정말? 술을 사랑한다고? 아니, 술을 사랑하는 대상으로 둘 수 있어? 그렇다면 역으로 묻겠다. 왜 이건 사랑이 안돼?
사랑. 어렵다. 무어란 말인가. 모두 사랑을 다르게 정의한다. 그래서 며칠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나는 그 대상이 생명이기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내가 사랑하는 ‘술’에 대해 쓰겠다고 선언.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매일 술 마시는 우리 부부. 며칠 전 엄마가 말했다. "너네 술 좀 줄이래이. 내년에는 일주일 중 2일만 술 마셔!" 내가 바로 대답했다. " 엄마, 좀 지킬 수 있을 법한 걸 제안해! 일주일에 2번이라니.. 현실적으로 너무 적잖아." 4일로 타협 봤다. 3일을 쉬겠다니 대단한 결단이다. 여하튼 내 삶에 깊게 스며있는 술. 우리 부부의 주종 소주부터 그다음은 막걸리, 하이볼까지 요즘 즐겨 마시는 술과 우리에 대한 TMI를 낱낱이 적어보았다.

[사랑]
1. 명사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명사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한국인과 술
한국인과 술. 떼어 내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어쩌면 한국인의 DNA엔 술이 흐를지도. 성인이 되고 나면 자의든 타의든 술자리를 100% 피하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어 마신다. 누군가는 술자리를 즐기며 맛있게 마신다. 슬퍼도 마신다. 기뻐도 마신다. 신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술은 인간사 희로애락 그 모든 순간에 있다. 그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닮았다.

-첫 번째. 마시면서 배우는 술 게임
[소주(燒酒)]
1. 명사 곡주나 고구마주 따위를 끓여서 얻는 증류식 술. 무색투명하고 알코올 성분이 많다.
2. 명사 알코올에 물과 향료를 섞어서 얻는 희석식 술.
스무살 때 대학교 ot에서 처음 마신 소주의 첫입은 아주 독약 같았다. ‘으엑 이걸 마신다고?’ 게다가 나의 엄마, 언니는 단 한잔에 취하는 가성비가 좋은 사람이기에 나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근데 마셔도 마셔도 안 취하네? 어? 나 왜 술 잘 마시지. 동기들과 2차, 3차, … 5차. 정신 차리니 새벽 5시. 나의 첫 술자리 경험이다. 웬만한 양으로는 취하지 않는단 걸 안 때부터 너무 재미있는 거야. 술 게임 재미있지. 분위기 재미있지. 잘 마신다는 나름의 술부심까지 더해지니 소주와 함께 기고만장한 20대를 보냈다.
다시 정신 차리니 30대. 친구들이 건강을 챙기기 시작. 다음날 힘들단다. 아무도 같이 마시지 않네. 소주는 더욱. 낙심. 그러다 운명적 만남. 구 남친, 현 남편. 술 좋아? Ok. 소주는? 완전 Yes. 반주는? 아 없어서 못 먹지~ 그렇게 우리의 지독한 술 사랑이 현재까지 진행 중.

-두 번째. 어디 까지 마셔봤어?
[막걸리]
명사 우리나라 고유한 술의 하나. 맑은술을 떠내지 아니하고 그대로 걸러 짠 술로 빛깔이 흐리고 맛이 텁텁하다.
당신은 온라인으로 주류를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모든 주류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다. 물론 예외가 있는 법. 민속주나 지역특산주. 즉 우리나라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와 구매가 합법이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는 전통주? 역시 막걸리. 술집에서 주로 보이는 국순당, 지평 등밖에 몰랐던 나는 목 넘길 때 특유의 향 때문에 막걸리를 싫어했다. 그런데 웬걸. 세상에 이렇게 많은 막걸리가 있다니. 밤 막걸리, 땅콩 막걸리, 복숭아·사과·멜론·잣·유자 막걸리 등등 … 먹을 수 있는 모든 식재료는 다 막걸리화 가능한 듯하다.
그중 내 최애를 소개하자면 두 가지. 톡 쏘는 탄산으로 누구나 거부감 없게 마실 수 있는 재미있는 막걸리. 이화백주. 목에서 넘어갈 때 은은한 바질 향이 부드럽게 퍼지는 바질 막걸리. 이 글을 읽는 당신. 아직 맛본 적 없다면 꼭 사서 마셔보시기를 바란다. 특히 이화백주는 대한민국주류대상을 받은 청와대 막걸리로 유명하니 꼭 드셔보시기를! 아, 물론 취향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 술은 그런 것이니까.

-세 번째. 섞어 마시는 재미
[하이볼 highball]
명사 위스키나 브랜디에 소다수나 물을 타고 얼음을 넣은 음료.
“우리도 맨날 소주 마시지 말고 다른 것도 좀 마셔봅시다!” 패기 넘치게 남편에게 한 말. 그쯤 우리 마음을 읽은 듯 산토리 하이볼이 유행하기 시작. 오 산토리~ 유행에 민감하진 않으나 따라서 한 병 구매. 다른 유행은 넘어가도 술 유행은 못 참지! 산토리 한 병. 그 옆에 진열된 죄로 진빔 한 병. 또 뭐가 맛있다더라, 아 잭다니엘 한 병. 병 디자인만 보고 덜컥 샀다가 실패하기도 수십 번. 음료수 같아 호로록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취하는 술.
돌고 돌아 현재 우리 부부가 사랑하는 하이볼은 이탈리안 하이볼인 스프리츠. 이탈리아의 식전주로 유명한 이 술은 원액에 와인과 탄산수를 섞어 마신다. 가장 좋아하는 건 아페롤 스프리츠. 정확히 하자면 아페롤은 ‘위스키’가 아닌 ‘리큐르’에 속하지만 뭣이 중헌가? 대충 섞어 만들었고, 맛있으면 우리에겐 완벽한 하이볼인 것이다. 또 병은 왜 이렇게 예쁜 건지. 샛 주황빛 술이 가득 들어있는 아페롤 병을 보고 있으니 입꼬리가 올라가고 두근거린다. 아! 이건 사랑이 맞다.

(13.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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