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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3

<말 없이 물 잔을 채워 주는 마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멈출 수가 없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을 포함하여,
우리는 기왕 하는 사랑이 아름답기를 바란다."

이 사람이 나를 한껏 사랑하다 울게 되면
마음이 아픈 게 사랑일까
귀여워서 웃음이 나는 게 사랑일까

사랑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내가 했던 것들은
정말 사랑이었을까, 고뇌에 빠졌다.

사람을 사랑했던 걸까
사랑받는 시간을 사랑했던 걸까
사랑을 주는 나를 사랑했던 걸까
어떤 것이던 사실은 사랑이긴 했을까.

지금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언제든지 내 곁을 떠나가도
나는 울지 않는다.
항상 이별을 마음에 새긴 채 살아간다.
나는 혹시 헤어지는 순간도, 이별 뒤에도
이 마음이 아직 사랑일까

사랑하는 것이 행복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사실 사랑이 아니라면,
아니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는 순간마저 아직 사랑이라면.
나는 사랑이 없는 세상에 살아가는 걸까,
온통 사랑인 세상에 빠져있는 걸까.

그저 사랑의 온도가 춥거나 덥지 않은 정도를 빨리 찾은 거라 위로하며 불을 끈다.

"사랑 없는 삶을 살아보겠습니까?"

나는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에 탄식을 뱉었다.
경멸하고 혐오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삶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끓어오르곤 하는 참담한 비관을 사랑으로 덮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가?

서두의 질문은 나에게 있어서 간절했다.
부정의 의미로 말이다.
나는 사랑했다. 삶을, 사람을.
모든 것들은 결국 나를 아프게 했다.

사랑이 부재된 내 세상에서 부디 가벼이 살아가기를 빌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기를 빌었다.
결국 나는 판단적이고 극단적이 되어 돌아섰다.
사랑과 사람과 삶을 버렸다.

마침내 평안을 누렸다.
사람이 우스웠고, 하찮았다.
사랑에 기뻐하고 눈물짓는 모습이 같잖았다.
성숙의 지표가 감정을 배척하는 것이라 여겼다.
아프지 않는 법을 일찍 익혀 다행이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수 많은 진심을 놓치고, 감사함을 스쳐 보냈다.
유일한 것들이 영영 떠나갔다.
결국 내가 가장 다쳐있었다.

사랑을 잃어 보니 어느 하나 당연한 것이 없다.
다시 나를 사랑으로 채웠다.
내 사랑의 색감과 삶의 형태를 사랑하는, 때론 바보같은 나를 사랑한다.
이 글을 통해 지금 당신의 사랑은 어떤 향을 내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다양한 사람으로서 삶을 살아가 본다.'
'사랑하지 않았던 것들을 사랑해 본다.'
내 인생의 지도이다.
옳지 않은 것, 다른 이들과 달리 나는 사실 추구하지 않았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많은 것들은 실제로 내 동경의 크기보다 빈약하다는 점을 직접 느끼며
나를 더 선명히 그려나간다.
'나'는 실제로 그리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생각보다 행복하기 쉬운 사람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더 선명히 굳어진다.

세상에서 강요하거나 추구해야 할 것만 같았던 것들이
나에게는 공허의 크기를 넓히는 물과 같았으며
수분이 빠진 후 사실 내가 필요했던 건 '식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시적으로 배고픔을 누르기 위한 물은 양질의 영양소를 대체할 수 없었고
결국 당장 눈에 보이는 디저트에 손이 향하게 한다.
이는 더더욱 자극적이고 불건강한 음식을 갈망하게 한다.
행복도 그렇다.
사람들이 돈과 명예와 타인의 인정을 가지려 쫓아가기 때문에, 그것들을 얻게 되면 행복해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허둥지둥 손을 뻗다 보면
끊임없이 나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결국 끝에는 허탈함만 남는다.

만족하지 못하면, 행복해질 수 없다.
내가 이미 가진 것들을 잃은 상태를 상상해라.
비참할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라.
그것을 습관으로 자리 잡아라.
그러면 밤공기를 마시며 걷고,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짜릿한 음식을 먹고, 취향의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보는 그 사소한 순간들마저
행복한 삶이라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작은 것을 사랑할 수록, 더 자주 행복해진다.
더 나아지길 바라지 말아라.
소유한 것들을 지켜라.
당신의 삶은 이미 많은 사랑들로 풍요롭다.

따라서 나는 일상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스치는 이들의 인생을 사랑한다.
아픔마저 애틋하여 품어 주고 싶다.
보듬어 주고 싶다.
강한 모습 이면에는 어떤 상처가 있을까, 달래 주고 싶다.
보들보들하고 둥글둥글하고 말랑말랑해지게,
온기에 녹아들도록.
이렇게 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으로 느끼는 사람이 되어
찬란한 다정을 자주 건네는 사람이 되었다.
결국엔 그 흔한 사랑을 통해 행복을 얻었다.

일상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것들_
마주 보며 이야기 할 때 눈이 부시지 않게 슬쩍 몸으로 햇빛을 가려 주는 것
베이글 맛집이래, 슬쩍 건네는 디저트
하늘이 예쁜 날 주고 받는 푸른 사진
아무 말 없이 물잔을 채워 주는 마음
노을을 바라보다 그 사람을 보며 그간의 추억들을 투영시키는 순간

내 시각에 따라 세상은 핑크빛도, 핏빛도 될 수 있다.
어떤 세상에 살아갈지는 당신이 선택하면 된다.
그 세상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사랑의 형태는 워낙 다양하지만,
‘나에게 향기로운 사랑’이 어떤 색감과 어떤 맛과 어떤 모습인지를 먼저 알아보길 바랍니다.
대신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랑을 판단하지 마세요.
나에게 향긋한 이 사랑이 다른 이에게도 그럴 것이라 여기지 마세요.
누군가와 사랑을 하게 되면
내 취향이 아닌, 상대방에게 향기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사랑을 건네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의 관계가 깊어질 수록, 머리는 상대를 '나'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내가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하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됐다 생각하게 됩니다.
내 기준으로 판단하여 오해가 쌓입니다.
따라서 상대의 사랑이 어떤 형태인지 고찰하고 이해하여 끊임없이 나를 설득시키던,
자신이 없다면 그 사랑의 방향성이 비슷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세요.
그 후에는 다른 점을 특별히 여기고 존중해 주세요.
삶을 사랑하는 당신을 사랑하세요.
저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14.7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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