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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3
["사랑해"에 도달하기까지]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이 이토록 어려운지 몰랐어요. 사랑 중 나에 대한 사랑은 쓸 수 있어요. 가족 간의 사랑에 관해서도 쓸 수 있어요. 모두 자만이었어요. 뭐 하나 정의 내리지 못했어요. 사실 사랑에는 정의가 없을지도 몰라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요. 사랑. 자꾸 하나로 정의를 내리려는 나였어요. 무작정 답을 내려고 하니까 말문이 막힌 느낌을 받았어요. 음. 모든 것을 지우고 새롭게 시작해 보자고요.
사랑을 언제 쓰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주로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감사와 사랑을 표현해요.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와 포옹하며 사랑을 말해요. 연인에게 사랑을 표현해요. 아주 일반적이고 통상적이죠.
조금 더 구체적이면서 다양하게 가볼까요.
강아지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디자인이 러블리해요.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보며 '이게 사랑이지'라고 말해요. 사랑스러운 아기가 걸어가네요.
뭔가 아쉬워요. 생각보다 잘 떠오르지 않아요.
그렇다면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느껴지는 행동은 뭐가 있을까요.
오후, 마트에서 수많은 식재료들 사이에서 신중하게 선별해 온 것들로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시는 어머니. 바닥을 바라보며 종종... 앞서가는 남자의 걸음 속도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여성. 이를 눈치채고 서서히 속도를 늦춰주어 나란히 걸어가는 연인의 모습. 맛있게 먹는 연인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 발표회에서 아이가 열심히 공연하는 모습에 울컥거리는 마음을 참으며 촬영해요. 끝이 나면 최선을 다해 손뼉을 치며 아이의 이름을 크게 외쳐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서투른 몸짓과 번역 앱으로 요청한 도움에 선뜻 나서서 도와주는 외국인. 감사함을 표현하자 그저 웃음으로 대답을 해주셨어요. 혼자 여행 중 사진을 부탁했을 때 열심히 찍어주시며 엄지척을 선물해주는 국적을 불문한 사람들. 드넓은 잔디 위, 강아지와 함께 뛰어노는 아이의 모습. 돗자리 위에서 가족을 위해 도시락을 펼치며 그들을 바라보는 여성. 사소해 보일 수 있는 행동들에서 사랑이 느껴져요.
사랑이라는 단어에만 매달렸을 때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와요.
그리고 공통점이 발견되네요. 중심이 타인에게 있다는 것. 즉 행동을 모두 ' '을을 위해 한다는 것이에요. 가족들을 위해 요리해주시는 어머니. 연인을 배려하고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느껴지는 감정. 연고가 없는, 낯선 사람이 잘 도착하길 바라는 마음에 선의로 돕는 것. 모두 타인이 보다 더 편하고 좋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여 행동으로 표현돼요. 그렇다면 “나에 대한 사랑은요?”라고 물어볼 수 있어요. 똑같은 공식을 대입해 보아요. 행동을 '나'를 위해 한다는 것. 스스로가 건강하고 심리적 안정을 느끼기 위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해서 먹는 거요. 그리고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 공간에서 즐겨 듣는 음악을 틀고 듣는 거예요. 스스로가 설레기도 하고 편안해지는 것. 이런 활동들이 나에 대한 사랑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직 ‘사랑’에 도달하지는 못했어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봐요.
왜 사랑이라는 말에는 이야기들이 잘 안 떠올랐을까요.
사랑이라는 말은 아끼고 아끼다 꺼내 보이는 선물이에요. 마음이라는 씨앗을 정성 어린 행동들로 피워낸 후 그 꽃을 말로써 선물하는 것. 그게 ‘사랑해’에요. 이런 선물은 순수하면서도 애절한 마음에서 나와요. 마음을 품고 행동으로 표현했지만 상대가 못 알아채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심히 표현했지만 알아채지 못해 방황하는 것을 보고 나서 “사랑해”라는 말로 보듬어주는 거예요. 나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거죠. 물론 예쁘게 핀 꽃을 속에 두고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까울 때 하는 선물이기도 하죠.
사랑이라는 말이 시작이 아니에요. 마음 – 행동 – 말의 순으로 나오는 표현이죠. 그렇기에 사랑이라는 말만을 생각하면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기 때문에 떠오르는 이야기가 적은 거였어요.
마지막으로 표현되는 ‘사랑’은 굉장히 따스함과 동시에 무게가 있는 말임을 이제는 알아요. 그렇기에 “나는 너를 이만 사랑하는데 너는 왜 그래”,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와 같은 말을 조심해야 해요. 그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을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스스로를 방어하며 공격하는 말이에요. 이기적인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하고 스스로 피워낸 아름다운 이 단어를 험하게 사용하지 말아줘요. 무척 조심히 다뤄야 하는 친구예요. 사랑을 소중히 대해서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나눈 따뜻한 마음은 다시 내게로 돌아와 나를 춥지 않게 해줄 거예요.
혼자서도 그 따스함을 누릴 수 있어요.
가끔 스스로 위태로워 힘이 들 때 도와주는 사람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세상 혼자인 느낌을 받는 때가 있어요. 막다른 길에 서 있는 느낌이요. 무기력한 기분이 들 때 일어나서 마트에 가요. 가서 맛있어 보이는 재료들과 마음에 드는 간식을 구매해요. 그리고 돌아와 정성스럽게 요리를 하고 든든히 챙겨 먹는 거예요. 마무리로 간식까지 먹어주는 거죠.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가장 애정하는 루틴이에요. 물론 방식은 모두 다를 거예요. 좋았던 공간을 가는 것, 책을 읽는 것들 모두 좋아요. 그저 스스로 지금 몸은 혼자더라도 길가에 피어있는 꽃 혹은 지나가는 강아지에게서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세상에는 즐길 것도 많고 맛있는 것들도 엄청 많아요. 이 모든 것이 모여 우리가 세상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이지 않을까요?
거창한 사랑이 아닌 소박한 사랑.
길가의 예쁜 꽃을 보고 좋아진 기분으로 친구와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어 함께 행복해지는 사랑. 그런 사랑을 늘 하고 싶어요. 몽글몽글, 작은 사랑들이 모여 나를 이루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리고 그런 사랑들로 이루어진 나는 어쩌면 꽤 단단할지 몰라요. 어떤 찬바람과 힘듦이 찾아와도 나를 지지해 주는 곳들이 사방에 있으니까요.
사랑이 잘 도착했을까요.
저의 작은 사랑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오늘 하루가 한층 더 따뜻해지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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