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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 벌써…? 오늘은 어떤 글쓰기가 날 부를지 궁금했던 1기와 달리, 아는 괴로움이 기다리는 2기였다. 그래선지 더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설계도를 엎고, 초고를 쓰고, 또 다른 초고를 쓰고…. 갈팡질팡…. 마음을 가다듬고 고쳐볼까 하는 순간 끝난 기분이랄까.

사랑. 여태 대강, 되는 대로 한 걸 들켰다. 그럴싸하게 써내려니 여간 고행이 아니었다. 남들은 어떨까. 구구절절한 노래 가사와 드라마, 영화, 소설에는 사랑과 헤어짐이 가득했다. 나, 너, 우리, 가족, 돈, 명예, 뭐든 사랑하는 이야기투성이었다. 다들 까짓거 잘만 써냈다.
나만, 우리만 헤맨 느낌이다(모각글 멤버들 글도 지난 시즌보다 고충이 엿보였다) 쓸 거리가 적지 않은 주제인데 왜 이렇게 어려울까. 당연해서? 끼니나 잠, 회사, 건강, 여러 익숙한 주제를 떠올려도 쉽지 않았을 듯하다. 뭐든, 심지어 어디 실릴 글은 쓰기 어렵나보다.

그럼에도 1기보다 덜 힘들었다고 말하고 싶다. 한 편을 완성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깎고 또 깎지는 못할망정. 매일 새로운 주제로 새로 쓰기가 아니라 좀 덜 부담스러웠달까. 두 번 경험 만에 익숙해져서 안정감을 느꼈던 걸까. 건방지다.
고백 하나 하자면, 책을 안 읽었다(!) 지난 회차보다 실습이 적어 티가 안 났다고 안도했다. 덕분에 더 헤맨 건가 싶긴 하다. 반성한다.
긴 호흡으로 글을 쓰다 보니 제3의 눈이 절실했다. 쓴 글을 칭찬받으면 도망치고 싶지만, 기분이 좋다. 후려쳐지면 기분은 좀 그래도, 글은 나아진다. 애초에 글쓰기 가이드 프로그램이지만, 책으로 엮인다는 책임 때문인지 합평이 너무너무 절실했고, 절실한 만큼 모니터를 노려봤다. (제발 어디가 별로인지 알려줘….!) 스스로 냉철한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이 가지고 퇴고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저 지경인 글이 지면에 인쇄될 생각 하니 끔찍하다. 31일까지 더 고쳐야겠다. 그래봤자 이틀 남았다. 이틀 동안 익명 댓글로 합평한다면…. 우린 익명을 등에 업은 괴물이 될까…. 모자라도 손에서 떠나보낼 줄도 아는 것이 아마추어의 미덕일까. 고민해 본다.
혀가 길다는 건, 아쉽다는 것*. 퇴고하느라, 같은 글을 읽어야 하느라 '좋아요'도 많이 못 눌렀지만, 그래도 서로 독자가 되었음에 감사하다. 새 식구를 맞은 크리스, 사랑에 넌더리친 모각글 동지들, 해피뉴이어. 내년에도 열심히 씁시다. 누군지 모를 날 잊지 말아 주길.

*에픽하이의 <집 번호를 준다는 것> 가사 ’집 번호를 준다는 건 사랑한다는 것‘ 차용, 비슷한 맥락으로 아이유의 <밤편지> 가사를 자주 떠올린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쓰지도 않는 집 번호를 주거나, 볼지 모를 반딧불을 날리는 정도로 미미하게 행동하는 방식이 좋은 걸까. 어쨌든 사랑을 말하는 게 이다지 어렵다는 푸념으로 마무리한다.

(7.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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