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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아이러니 하게도, 행복을 이야기하자면. 저는 늘 죽음을 생각합니다.

필연적으로 이뤄질 죽음과 소멸을 생각합니다. 과거에 있었던 찬란한 유적들이 어느새 폐허로 변모하여,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남루한 여생을 보내고.

찬란하게 기우는 해가 산과 고개의 능선을 타고 내려앉아, 헌 땅의 잎사귀 사이로 명멸하는 마지막 빛을 쏘아주듯.

죽음과 소멸은 백 번 부정해도, 늘 행복의 이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을 마냥 손 놓고 기다리진 않습니다. 저는 신이 점지하신 죽음의 일반적 '사유'. 그 틀 안에 잠자코 들어가기 위해 지금을 살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언젠가 맞이할 그 숭고한 순간을 위해. 저는 가장 가깝고, 가장 작은 것들의 빛을 제 육신으로 투과시켜 모아내고, 멀리 뿌리는 것을 산단으로 남은 힘을 쥐어 짜내려합니다.

그 과정의 산물을 행복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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