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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어제 질투에 관한 감정을 써버려서 욕망에 관해서 무엇을 쓸 수 있을지 막막한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 난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질투를 늘어놓았고, 욕망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가지려고 노력한 것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한때는 그림으로 밥 먹고 사는 전업 예술가가 되길 원했다. 그 때는 참 심플한 것을 바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붓을 놓고 펜을 잡은 뒤로는, 더도 말고 ‘교양 있는 중산층’이 되고싶다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게 그냥 그림만으로 밥먹고 살 수 있는 정도 보다는 더 복잡하게 정의되는 이야기였다.
취미로 예술을 지속하면서 관람도 마음껏 할 여유도 있고, 몇 살에 어떤 집을 가지고, 멋들어진 세단도 한 대 가지고, 제2외국어도 할 줄 아는 어른. 시간과 체력은 충분했다. 한 종류만 빼고 나머지 것들은 대부분 해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걸 다 하자니 경제적 차원에서 욕망이 전혀 충족되지 못한 상태다.
내가 실천했던 욕망은 경제적인 것과는 대척점에 있었다. 잠시 돈에 미쳐있었던 때에야 그걸 깨달았다. 경제신문이나 기업 리포트를 읽고, 주식시장에도 뛰어들어봤다. 그런데 그걸 하는 동안은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할 시간이 없었다. 뉴스와 이슈는 끝이 없었고, 제대로 하려는 사람이라면 가용한 모든 시간을 다 때려넣어도 모자랐다.
지금은 그 짧았던 생활도 정리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왔다. 하고 싶은거 하고 사는 나. 좁혀진 취향을 바탕으로 정말 좋아하는 공연 보고, 전시 다니고, 커피 한잔 옆에 두고 책 읽는 거다. 그런데 집 나와서 살아보니 다 좋은데 1~2년 마다 거주를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한다. 여기에 따라오는 많은 일들이 생각보다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그래서 요즘은 '지금 생활에 집 한 채만 딱 더하는게' 내 욕망의 대상이라고 삼고 있다. 근데 집 하나 장만할 만큼 모으고 갚으려면 이렇게 못 사는데 어떡하지? 교양있는 중산층의 길이 참 어렵다.

(4.9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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