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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변명>
시간은 왜 그리 바쁜 척하는 걸까? 하루하루 성실하자는 다짐을 몇 달 모아놓고 보면 어언 여름. 5월이건만 6월이 왔다.
내가 싫어하는 건 후회, 좋아하는 건 변명 찾기. 미래에 후회하지 않도록 현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를 아주 즐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가능하면 매 순간 행복한 편이 좋기 때문이다.
배우고 싶은 욕심은 많은 데 비해 시간이 모자라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일 년을 길게 보낼까 고민한다. 익숙할 대로 익숙한 한국 계절대로, 1월부터 순서대로 흘러가는 시간 속도에 나를 맞추지 않아 볼까 해서다.
첫째, 연말은 곧 아쉬움이니 이른 연말 보내기: 내 생일은 추석 즈음인데 나는 생일을 기점으로 캐럴을 듣는다. 비유하자면 새벽에 남들 몰래 맛있는 과자를 꺼내 먹는 그런 기분. 미리 겨울을 당겨 지내고 나면 12월이 덜 헛헛하다.
둘째,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니고 가을겨울봄여름으로 살기: 봄과 여름은 달려가는 계절 같고, 가을겨울은 내려오는 계절 같다. 그래서 되려 시작을 가을로 해버리면 남들과는 다른 한 해가 될지 모르지만 미룰 법한 뭔가를 시작해 낼 수 있다. 예로, 새해에 헬스장 1년 치를 끊거나 다이어리 첫 페이지를 꾸미는 용기를 일 년 내내 마음먹는 언제든 가지면 된다. 네 시작이 내 시작일 필요는 없다. 생일이 365일 중 하나인데, 태어난 날을 시작으로 삼으면 12월 31일생이 불리하지 않은가.
내 순간을 찾고, 여러 방식으로 기록하고, 수많은 곳을 들춰보고, 억지로 힘든 길을 걸어보는 것이 괴롭지 않아서 난 내 계절과 시간을 찾는 과정이 즐겁다.
내 시간을 잘 보내고 싶은 나는 굳이 말하자면 이런 변명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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