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줄줄이 나열해야 하나.
나는 뭘 좋아하지.
좋아하는 건 대충 알겠는데, 내가 뭘 싫어하더라?
평소 이런 저런 불평하던 순간들이 갑자기 부끄럽다.
내가 했던 모든 말들이 부끄럽다.
좋아하는 것을 더욱 좋아해야지.

[1 인연]
요즘 따라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고, 찾아 주고,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게 너무 좋다. 요즘의 나는 나 하나 챙기기도 버겁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이런 행동이 얼마나 마음을 쓴 결과인지 안다. 각자의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나를 정말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그 마음에 대한 고마움의 무게가 커진다.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길, 더 살가운 사람이 되어 가길.

[2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재개봉을 한 몇 달 전 단돈 구천원에 보장된 즐거움을 느꼈다. 좋아하는 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만큼 좋은 일이 또 없지. 혼자 영화를 보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 특히 이 영화는 더욱 그렇다.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건 어쩌면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영화도 이렇게 말하며 막을 열었지만, 결국 이걸 지켜내야 한다고 말하며 막을 내린다.
무언가 증오하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우리 모두는 주변의 다정함과 사랑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역경이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그때마다 우리는 더욱 다정해져야 할 것이다. 사랑으로.

[3 산책]
익숙한 길을 걷는다. 처음 가보는 길을 걷는다. 이어폰을 낀다. 괜찮은 음악을 찾는다. 이 노래는 날씨랑 안 맞다. 다른 노래를 열심히 찾는다. 오늘 음악이 다 별로다. 이어폰을 뺀다. 새소리가 들린다. 바람에 나뭇잎 소리가 난다. 고양이가 풀밭 밟는 소리가 난다. 하늘을 본다. 오랜만에 맑아서 좋다. 구름이 움직이는 걸 본다.

[4 엄마]
거의 MamaGirl일지도 몰라. 나는 엄마가 진짜 좋다. 언젠가 엄마에 대해 쓴 메모가 있다.
‘ 내가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걸 엄마도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무겁게 바라고 간절히 원해주고. 어떻게 이래? 나는 엄마가 참 좋다. 삶의 시작부터 무제한으로 주는 기회. 어떻게 이래?’
나를 가장 많이 생각해 주는 사람, 세상에서!

[5 싫어하는 것에 대하여]
좋아하는 것은 정말 수도 없이 떠오르는데, 싫어하는 것이 막상 잘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요즘 싫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굳이 부정적인 생각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거다.
(놀이기구, 공포 영화, 담배 냄새, 이렇게 세 가지는 평생 싫을 듯 하지만 말이다.)

내가 ‘그 무엇도 싫어하지 말아보자.’ 하며 결심한 이유가 있다. 보통 내가 무언가를 싫어한다고 하면,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서, 그 날 내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 세 가지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상 시도하고 적응해 보면 의외로 좋은 것들이 훨씬 많았고, 실패하더라도 또 해보면 언젠가는 될 기미가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동과 음식으로 내 컨디션을 좋게 만들면 일상에서 싫은 것이 거의 없더라.

곧 인턴 면접도 있고, 공식 채용 시즌에 낼 지원 서류에 대한 수 많은 탈락도 경험할 텐데, 괜히 감정을 소모하며 찌푸린 얼굴을 하고 싶지가 않다.
얼굴에는 다 티가 나는 법.

오늘부터는 더욱 아무것도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에필로그 –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좋은 기분은 더 증폭시키고,
싫은 기분은 싹 가라앉히는.

내가 세상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한 컵에 5~6천원을 오가는 젤라토도 가끔 좋지만, 롯데리아 소프트콘을 이길 수는 없지.

나는 어쩌면 참 단순하다. 지금껏 일기를 쓰며 온갖 고민을 해왔는데, 매일 수도 없이 구체적인 목적도 없는 생각을 해대는데, 아이스크림 하나 물려 놓으면 괜찮아졌다.

아직 더 아픈 순간을, 더 힘든 순간을, 더 어려운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라고 말들 하겠지만, 충분히 묵직한 고민이었다고.
그리고 힘든 순간도 아이스크림 하나에 속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요즘 너무 살이 쪄서 좀 줄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