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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2
매주 로또를 산다. 월요병을 이겨내는 방법. 일주일의 첫 날에 로또를 사는 이유는 일주일 내내 설레기 위함이라고. 소소한 행복의 루틴이라고.
당첨되면 어떡하지. 당장 퇴사해야지. 어떤 차 사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잠수를 타고 서울로 갈거야.
연락 끊기면 그런줄 알아.
상상만으로도 즐거운가보다.
큐알을 찍으며 로딩이 되는 동안 그때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에이 오늘도 꽝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무료함과 고통을 끊어내기 위해 돈을 찾게 된다.
갈애와 갈망은 집착을 낳게되고 그렇게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된다.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커진다.
고통이 있어야 쾌락이 분명해진다.
너무도 불공정하고 공평한 이치.
돈이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는 세상.
부자를 꿈꾸는 세상.
돈으로 행복을 갖는 세상.
자본주의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도저히 돈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야.’
주문을 외우지만 돈으로 누릴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돈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돈으로 가질 수 있기도 하다.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건 돈이라고 했다.
인간을 바닥까지 데려갈 수 있는 것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도 돈이라고.
애를 쓰면 세어나가고
바닥을 기고 있으면 한모금,
고개들면 한웅덩이 주어지는 그런 것.
노력 없이 얻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약한 인간은
꿈을 꾼다.
내 돈 주고 로또를 사진 않는다.
노력없는 행운에 회의적이다.
의심과 불안 속
무엇을 잃게 되진 않을까
값을 치르게 될거야
두려운 마음도 함께인 것 같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로또를 선물 받으면 그렇게나 반갑다.
단 오천원으로 그런 기분을 전할 수 있는 선물이
지금 세상에 또 있을까.
돈이 더럽다 하면서도 아빠는 매주 로또를 사고
세상 욕심 없을 것 같은 친구도 알고보니 종종 로또를 사고 있던데.
인 생 한방에 회의적인 나도 선물 받은 로또 큐알을 찍으며
로딩을 기다린다.
괜히 핸드폰에서 눈을 돌리고 실망하지 않기 위해
‘에이 안되지~’하며.
나 진짜 될거라고 생각하나. 사실 아닐거다.
되기를 바라나. 당연하다.
희망이 때로 인간을 끝없이 초라해지게 만든다.
희망이 인간을 죽이기도 한다.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
덜 초라한 척
“재밌었다..!” 하고 만다.
에라이 더러운 세상.
어쩌냐 돈 벌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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