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견딘다. 목석처럼. 목적 없이 사는 게 좋다고들 하지만. 누구나 열반에 들 수 있다면 부처는 부처가 아닐 테니까. 평화는 똥값이 될 테니까. 돈이 있다면 풀어헤친다. 옷섶처럼. 자유분방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지. 돈 없을 때는 지지리 궁상이네. 하천을 뛸 때마다 주변에 세워진 콘크리트 건물에 밝혀진 창 하나도 내 것이 아니면 빛 공해로 다가오잖아.
돈 많으면 좋네. 몸이든 마음이든 유들유들해져서 착한 척하고 싶어져. 명예도 갖고 싶어져. 돈 있는 사람이 돈 없는 사람에게 베푸네. 돈 없는 사람이 표하는 감사를 받으면서 돈 있는 사람은 으쓱대기 좋네. 그런데 시작이 이리 착한 척이라도 하다 보니. 진짜 착해져. 반면, 돈 없잖아. 조급해져. 좆같에서. 내가 이 바닥 뜬다고 뜬다고. 고래고래 병나발을 불어대다가 자기 목구멍이 말라. 그럼 남 목구멍 신경 못 써. 당연해. 내가 살아야 남이 살지. 남이 산다고 내가 사는 게. 아니잖아. 우리는 현자 성자 부처 예수. 아니잖아. 남들을 도우면서 사는 삶 너무 좋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남들 도우면서 살면 아마 지금보다 더 삶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라고 초등학생이 일기장에 적으면 박수받아. 중학생이 적으면 공부하라고 해. 고등학생이 적으면 친구들이 대단하다며 치켜세우고 뒤에서는 코웃음을 치네. 그래도 꿋꿋하게 도우려면. 살아야지. 살려면. 돈. 있어야지.
헝그리정신. 그거 딱딱해. 너는 권하지 마. 권하는 놈 가까이에 있지도 마. 헝그리정신 권하고 네가 가진 걸 뺏으려고 그러는 놈일 확률이 높지. 확률이 다는 아니지. 진짜 멋진 사람일 수도 있지. 하지만 네가 가진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을 걸어야 하니까. 밑져야 본전은 세금은 떼고 하는 말일까? 시간은 매기는 세금은 복리에 복리로 치니까. 사금융도 혀를 내두를 정도니까.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놈한테 고생 사지 마. 고생파는 놈들은 네가 사준 고생 때문에 또 돈 버니까. 너 스스로 고생을 팔고 너 스스로 살아서 본전치기라도 하란 말이야. 돈벌레란 소리 들어도 괜찮아. 돈 없어서 돈이란 단어를 빼버리면 그냥 벌레지. 벌레는 인간들이 싫어해. 자꾸자꾸 죽이려해. 징그럽다는 이유로. 득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바퀴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가 왜 죽었겠니. 너무 강건하게 굴지 마. 세게 말하면 사람들의 이목은 끌겠지. 그 이목이 부정적일 경우가 많겠지. 그러면 부러지기 쉽지. 부서지기 쉽지.
무엇보다 돈은 지지. 어릴 때 어른들이 그랬네. 돈 더럽다. 엄마 아빠도 그렇게 날 가르쳤는데 종이 지폐라서 그랬나. 종이인데 많은 사람의 손을 타서 세균이 득실득실한 거야. 그런데. 여기 있다 보니 돈보다 더러운 게 많더라고. 그렇다고 돈이 더럽지 않다는 건 아니고. 저기 있으면 돈이 깨끗하려나. 여기를 이승이라고 하네. 저기를 저승이라고 부르네. 다 그러대. 죽어서 이 많은 돈을 가져갈 거냐고. 하지만 죽기 전엔 가지고 있어야지. 지금 이래 글 쓰고 있는 동안은 아직 안 죽은 거지.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 너도 나도. 알아도. 살고 싶지. 나도 너도. 살고 싶으면 돈 줘야지. 나를 살릴 수 있는 곳에 돈을 지불해야 나를 살려주지. 안 그러면 걔들은 땅파서 사람 살리니. 병원 병실 약 치료. 자연 땅 집 여유. 물 돈 주고 살 줄 봉이 김선달 말고 누가 알았겠냐고. 이젠 공기도 돈 주고 산대. 어느 래퍼의 가사처럼. 근데, 그 래퍼의 가사도 다 믿지 마. 우리는 그 래퍼가 아니니까. 무엇보다 내 말도 다 믿지 마. 나 너보다 돈 없어.
돈 더럽다는 얘기로 다시 가볼까. 돈은 계좌에 있으면 깨끗하고 반짝반짝해. 내가 좋아하는 래퍼. 역시 돈 좋대. 지금 이것도 다 돈이야. 이 가사 듣고 헉소리가 났네. 센스형. 박수 짝짝작. 이 글 쓰는 데 필요한 전기, 키보드. 심지어 시간도 다 돈이잖어. 어릴 때 말고 지금은 돈 더럽다는 사람. 안 믿네. 어른들이 나빴네. 어른이 되어보니. 그래서 아이가 있으면 돈이 중요하다고 알려주고 싶지. 돈 준다는 사람을 무작정. 따라가지 말라고 하지 말자. 얼마 줄 거냐고 되려 묻게 하자. 선 제시, 해보라고. 터무니없으면, 비웃으라고. 그 돈으로 날? 이 돈이면 또봇 스페셜 에디션도 못 사요. 돈 더 벌어와요. 돈 욕심 없는 사람 있을 수도 있지. 돈 얘기 하기 싫다면 약간 갸우뚱하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