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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2

돈 준다는 말에 싫어할 사람이 몇 될까. 부족함 없이 살아온 사람들?
일단 나는 좋아한다. 형편이 안 좋았던 적이 있어서.
돈이 없어 친구들과 놀지 못했고, 돈이 없어 햄버거 하나 사 먹는 걸 고민하다 포기했다.

돈을 받으면 당연히 좋아. 못 했던 걸 할 수 있어.

굳이 많이 벌 생각도 없다. 그냥 부족함 없이 먹고살 만큼만.
햄버거 먹고 싶으면 햄버거 사 먹고, 놀이공원 가고 싶으면 가고. 그런 정도.
과한 것도 아니고, 고작 동네에서 점심 고르는데 통장 잔액을 기준으로 고르게 될 때가 싫었다.
내가 먹고 싶어서 먹는 삼각김밥과, 돈이 없어서 먹는 삼각김밥은 다르다.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데 있잖아, 부족함 없이 먹고사는 만큼만 번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네.
로또도 한두 장씩 사 본다. 가끔은 연금복권으로 사 본다.

내가 점심 하나를 고민하는 정도였는데, 부모님은 어땠을까.
크고 나서 생각하니 엄마 아빠도 맛있는 거 먹고 싶었을 텐데.
그거 아껴서 준 용돈이 햄버거 하나 못 먹을 정도였는데.

로또 됐으면 좋겠다.
부모님 그때 못 드신 맛있는 거 잔뜩 사 드리고,
못 가 본 여행 잔뜩 보내 드리고,
비싼 거 먹어봤자 맛도 없는데 뭐하러 먹냐며 손사래 치는 엄마, 아빠한테
지금 사 줄 때 먹으라며 입에 집어넣고 싶다.
그러면 또 맛있긴 하네 하며 웃다가, 그래도 비싼 거 또 사지 말라 하겠지.
말은 싫다면서 다른 친구들한테 우리 딸이 이런 거 사줬다며 자랑하겠지.
그 정도만 있으면 좋겠다.
나 하나 잘 먹고살고, 효도할 수 있는 정도.

명품이나 비싼 차 이런 건 관심도 없다.
옷에도 관심 없다. 비싼 집도 필요 없다.
부족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두 번 다시 부족하고 싶지 않아서

(4.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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