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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2

행복. 가질 순 있나 몰라.
행복, 사는 건 어렵다고들 하지.
특히 돈으로는...

근데 있잖아. 상상해 볼래?
당장 밖에 나가봐. 지갑도 없이. 휴대폰도 챙기지마. 진짜 땡전 한 푼 없는 거야. 심지어 동네도 아니야. 아는 사람도 없어. 어때? 좀 초조하지? 살짝 움츠러들지? 생각해 봐. 행복할 수 있겠어?

하긴 행복을 돈이랑 연결짓는 거, 꽤나 진부한 일이긴 하지. 그런데 어쩌겠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왜 우스갯소리로 그렇게 말하잖아.

"돈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면,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

있잖아. 내 얘기를 해볼게. 나는 2년 전에 투자 사기를 당했어. 있던 돈이 없어진 것뿐 아니라 빚도 엄청 생겼어. 문제는 같이 사기 당한 지인들이 있었단 거야.

물론 처음엔 같은 편이었지. 다같은 피해자니까. 근데 그 지인들이 점점 내 탓을 하기 시작하더라. 서운했지만 표현은 안 했어. 오랜 지인이었고, 돈 문제가 있어도 남아 있을 사람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거든. 그런데 돈 앞에 우정이 바스라지더라고.
친할수록 돈 관계를 맺지 말라는 진리를 완벽하게 이해해버렸어. 결국 예외는 없었던 거야.

나는 고민했어. 그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 선택해야만 했지. 이 일과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소문이 무성해지고 있었거든.

어느새 난 사기꾼이 되어 있었어. 내가 지인들의 돈을 빌려 대리투자를 하고 쫄딱 망하니까 태도를 싹 바꾸더니, 돈을 받고 싶으면 소송을 하라고 했대. 무슨 소리지 이게... 나는 은행말고는 돈을 빌린 적이 없는데.

결국 나는 선택해야 했어. 사람을 꼬드겨 돈놀이를 한 사기꾼이 되거나 빚쟁이가 되거나.
그래서 나는 스스로 빚쟁이가 되기로 했어. 그리고 실제로 매달 적은 돈이라도 보냈어. 지금까지도 보내고 있어. 이번 달에도 보내야겠지.

처음에 돈을 보낼 땐 말이야. '고마워'라는 답장이 왔어. 그런데 지금은 아무 말도 없어. 그냥 대답이 없어. 카카오톡에 남겨지는 메시지라고는 하나뿐이야.

"300,000원을 받았어요.
(안내)받은 분은 계좌송금도 수수료 무료로 전환 가능해요."

이젠 나도 답을 하지 않아. 당연하다는 듯 누르는 '송금 받기'에 반응하지 않을 거야.

힘들어. 꽤 힘들어. 사실 많이 힘들어. 친구(였던), 은행, 카드사, 통신사, 보험사, 전부 돈을 요구해. 행복할 겨를이 없어. 생각할 겨를도 없어. 고민할 겨를도 없어.

하지만 괜찮아. 진짜 괜찮아. 나는 괜찮아질 거고. 앞으로 더 나아질 거야. 더는 아무것도 잃지 않을 거야. 붙잡지도 않을 거야.

괜찮아. 나는 괜찮아. 정말 괜찮아.
걱정마. 괜찮냐는 질문을 안 받을 정도로 괜찮아질 거니까.

(6.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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