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상이 싫어지고
아무개에게 미운 마음이 생겨나는 것은
충분하게 예상했던 일이었건만
생각보다는 제법 더 야속하네요
그것도 나에게서 사랑을 제하게 된 후에는 더욱 그러하지요
떠나간 자리에 머뭇대며 장미 한 송이를 내미는
이제는 남이 된 발자국을 거슬러 연거푸 걸음을 맞추는
추억이란 유한하다는 점에서 비로소 아름답다 우겨보는
글쎄요
그 어떤 사랑이라서 현명하겠습니까마는
못났던 순간들이 후회스러운 것은 자연스럽고
여전한 거리로부터 숨을 곳 없어 부끄럽군요
다만 그리웁디다
그림자가 몸을 감출 곳은 그늘 밖에는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