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날이면
뿌리칠 수 없는 거미가 많다
손 까딱하기 힘들다는 걸 어떻게 알고
교활하게도
몇 번
눈 감아 마음 휘저어 봐도
눈두덩 밑에는 거미가 쉽게 들어찬다
그렇게, 끈적한 거미줄에 감겨
손발이 꽁꽁 묶이고 나면
이번 밤도 저항은 글렀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할래 이젠
누군 이런 게 시련이라고
버티면 더 나은 내가 된다는데
내가 고치 속 번데기인가?
말은 쉽지, 말은 쉬워서
몇 그람의 책임도 없이
가벼운 말만 남발하는데
조잘거릴 힘으로 내 손잡아, 끌어당겨 주는 건 어떨지?
지쳐 시야는 흐리고, 아른한 미래가 보인다
번데기로서.
시장통 종이컵이나
통조림에 담겨 절은 미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