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아 서성이는 그림자를 본다
아침이다
창문이 잡아먹힌다 창가의 인간은 서서히 스미는 빛을 견디지 못 한다 황급히 커튼을 친다
눈을 감는다 빛이 들어오지 않자 조명을 켠다 눈을 감는 것이 좋다 이미 잡아먹힌 건지 곧 잡아먹힐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늘은 창 밖의 매미가 울지 않는다
지금 울지 않는다고 해서 오 초 뒤에도 울지 않는 것은 아니고 지금 내가 슬프다고 해서 오 초 뒤의 나도 슬픈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매 초 뒤에 슬프다 물론 매미는 또 다를 수도 있다
인간의 도시에서 매미는 운다 밤낮할 것 없이 운다 매미가 밤새워 우는 이유는 도시가 밝기 때문이다 빛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는 그렇게 도시를 재정립한다 도시는 인간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인간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도시는 도시에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들을 패배자라 부른다 이 도시에는 깨진 창문이 없다
눈을 감는 것이 좋다고 해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 창가에 서 있는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울고 있는 내가 오 초 뒤에는 벌떡 일어나서 커튼을 걷고 창문을 깨고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
오늘은 창 밖의 매미가 울지 않는다 내일은 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