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 방 속 빛도 마음도 흐르지 않고
다만 4월 중순의 선풍기만 달달 돌아간다
서랍 구석 손목시계 희미한 초침
심장 대신 째깍이며
선풍기는 머릿속 울림 대신 떨어댄다
눈을 굴려도 방 안은 검으니 봄은 멈췄다
눈을 내렸고 봄은 꽃피지 못했다
봄과 움직임 모두 미동조차 않을 때
모든 것은 잃는다
의미를
그리고
또 다른 의미가
그려진다
없던 일 칠 수 없이
지우개로 문지른 문장은
지우개똥으로 밀려날 뿐
소멸할 수 없다
사라진 의미는 사라졌단 의미를 남긴다
사라진 봄은 나름의 향을 남기며
나름의 의미를 남김이다
사라진 당신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