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주위가 창백해질 때쯤 우리는 이름을 세던 손가락을 접고 잠을 청했다 꿈속에서만큼은 서로 떨어져 있기로 합의하고 깨어나면 전부 제 자리로 돌아온다고 믿으면서 깨지 않는 꿈이 깨지지 않는 꿈으로 냉동실 안에 처박힌 종 모를 살코기처럼 닫힌 곳에서 계속 닫힌 채로, 얼어붙었다 아침을 끌어안는 와중에 별빛처럼 뒤척여도 언제 새벽이 끝나느냐고 나에게 묻지 않는 게 너의 일 이불로 덮은 고요는 그새 더 멀리 갔다 사막에서 잘 자라는 선인장도 사막이 아니었다면 더 잘 자랐을 것이라는 농담을 낡은 샌드백 삼은 날들 소화가 잘 되려면 먹고 바로 자면 안 돼 그럼 속이 다친다 다치면 같이 있기 힘들다 저기 핏줄처럼 뻗어나가는 새를 봐 그래도 언젠가 다 멈춘다 멈춰서 멎는다 그래도 우리가 나누던 이야기가 전부 우리만의 것은 아니었지만 울타리가 되어서 좋았다 우리의 결속이 아무도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믿음 나의 일이란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일어나 너의 이마에 손을 대고 내 손의 온도를 의심하는 것 잠에서 깨면 가위바위보를 했다 졌다 이겼다 비겼다 반복해도 우리뿐이었으니 끝나지 않고 이제는 그만해야지, 그러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그뿐이라는 듯
등록번호 : 100034
이 시는『김학윤』 님이 쓴 것입니다. 작가 프로필 보기(클릭 이동)
●작가의 한마디:
"안녕하세요. 김학윤입니다. 시를 쓰고 있습니다. 시가 언제가 저를 써줄 것이라는 기대도 약간 갖고 있지만, 쉽지 않겠죠? 그럼에도 계속합니다."
●인스타그램:
"Kimhakyoooon"(클릭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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