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에서 있었던 일
우리는 발을 담구러 마을 끝으로 간다. 푸른 뚜껑 물통에는 봉지커피 서너개를 물에 태워녹이고 얼음을 채워서, 뚜껑을 닫고 그리고 무거운 몸 일으켜 땅끝으로 간다. 걸음 끝에 그늘을 찾아 앉았고 나는 발을 담구고는 푹. 푹신한 모래에 힘을 주어 무게를 싣는다. 천천히 들어가는 시원함이 풀썩 주저 앉게 만든다. 앉은 자리에 흙은 조금씩 파이고, 파내어진 흙은 구덩이 옆에 조금씩 쌓인다. 그렇게 쌓이는 흙은 씻겨가는 듯 하면서도 찬바람 맞고 또 쌓인다. 쌓이고 쌓여 몸만치 쌓일 때면 후-하고 이따금씩 한숨처럼 쓸려나간다. 분한 마음에 손과 발을 허우적대며 성을 쌓으려 또 쌓으려 구덩이를 더 깊게 파고 들어간다. 깊게 들어낸 구덩이에 갇히자 얼떨결에 울음을 터트렸고, 그것을 지켜보던 할매는 죽 해먹으러 가자고 나를 웃으며 업는다. 발을 담구러 나는 종종 땅끝으로 간다. 땅끝에 설 때에는 조금 더 패이는 모래. 나의 울음을 안아주던 할매도 모래성도 없고, 다시 흙을 파고 또 쌓아본다.
등록번호 : 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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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포항을 가시게 되면 고향분식에 떡파순을 드셔주세요. 오뎅국물은 알아서 퍼 드시면 되어요. "
●인스타그램:
"zzxhxi"(클릭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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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2일 전
🥲 181일 전
잘읽었습니다! 180일 전
따끈한 죽 냄새가 나는 시! 잘 읽었습니다! 17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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