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놓아두고
읽지 않은 책을 끈으로 묶어 너에게 보낸다 반송당한 기억이 책에 쓰이면 나는 좋아하던 장면이 있었다고 입을 떼기 시작한다 누가 나를 들어주었지 종이가 찢어지는 것이 보인다 손에 담긴 축축한 숨... 나는 숲이 무너진 날처럼 어안이 벙벙했다 솔직하게는 없이도 살 수 있었는데 아예 아무것도 모른 채는 어떨까 모든 순간에 알맞은 표정은 없는 거 같더라 너는 노란 상자에 담겨 죽고 싶다했고 오래된 기억은 격자 무늬가 된다 또는 유리 뒤에 있는 것이 된다 좋아했던 것을 쏙쏙 눌러 보며 상자 밖에 남은 사람들을 상상해보면서 걸음을 멈춘다 발 밑의 검은 클립 생이 버려지는 순간에는 눈이 먼저 욱씬거린다 처음에는 바위에 비가 내렸다고 우리 마음에 사는 작은 바위와 그 위에 몇 마리 새 나는 참지 못하고 그만 웃어버린다 자연스럽게 잊고 있다 종국에 새가 되거나 그러지 않고도 날 수 있다고 생각은 해도 비닐 안에 담긴 비닐처럼 세상의 아무런 비밀도 모를 수 있겠다 그래도 괜찮은 날들이 뭉텅이로 지나간다 창문을 열어두어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나는 들어오는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 쉬고 다음 생에 마주쳐야지 신문지를 바른 창문이 곧 깨질 것 같아서 눈을 질끈 감는다 손톱으로 찌르면 터져버리는 사람들 마음과 아픔들 걱정마 거의 찾았어 새로 돋는 식물에 비가 내린다 흠칫 뒤를 돌아 본다
등록번호 : 10006
이 시는『김상우』 님이 쓴 것입니다. 작가 프로필 보기(클릭 이동)
●작가의 한마디:
"안녕하세요. 밖에 내놓을 정도로 좋아하는 시가 몇 없지만, 이번 시가 그것에 가깝습니다. 어떤 감정도 죄가 없으니 모조리 껴안기로 결정한 요즘입니다. 시에 관심을 끊지 않는다면 저를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것입니다. 그 때까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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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5일 전
👏 182일 전
깊이감이 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181일 전
새가, 날지 말지 고민하는 새가 떠올라요! 17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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