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방에들어가신다
엄마는 열이 발 끝까지 오르던 새벽마다 문어를 잡았다 다리 한개 떠다니는 멀건 국물 앞에선 쉽게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문어는 가장 모성애가 강한 동물이라던데 엄마를 잡는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나만큼이나 어색하게 들렸다 분식집 앞에 앉아있으면 대걸레를 든 엄마가 나왔다 먹고 싶은게 없냐는 물음엔 항상 배가 고프지 않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가며 쳐다본 엄마의 어깨는 먹다 만 슬러시처럼 녹아내리고 있었고 어느 날 엄마는 문어를 통째로 넣어 진한 국물을 내게 건넸다 엄마는 안 먹어? 괜찮아 너 먹는것만 봐도 배불러 엄마의 세계에선 엄마라는 이름 아래 모든게 괜찮아진다는데 문득 쳐다본 엄마의 어깨는 귀퉁이부터 닳아가고 있었다 야금야금 갉아먹혀가는 일일지도 몰라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엄마는 오늘도 우울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가고 자꾸만 엄마가 사라지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등록번호 : 100080
이 시는『아원』 님이 쓴 것입니다. 작가 프로필 보기(클릭 이동)
●작가의 한마디:
"엄마의 희생과 모성애를 제 어릴적 경험에 빗대어 적은 시입니다."
●인스타그램:
"xh._.08"(클릭 이동)
의견남기기
댓글은 수정, 삭제가 불가능합니다.
bbbb 75일 전
홈으로(H), 작가프로필(P), 작가목록(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