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맛있는 식사 차려줘
엄마랑 같이 사는 동안 반찬에 손이 가지 않았다 엄마가 차린 식사를 먹을 때면 눈물을 흘렸다 멋대로 흘러 나왔다 엄마는 그 정도로 맛이 없냐, 물었다 입을 다물었다 아무 말 없이 숟가락만 움직였다 집을 나오자 엄마가 나를 끌어안고 울어버린다 이제 식사도 못차려줘서 어떡하냐고 흐느낀다 괜찮아 엄마, 원래도 안 먹었잖아 엄마에게 반찬을 따로 받지 않는다 가게에서 사가지도 않는다 우리엄마 반찬가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눈물을 삼키며 배를 채울 것이다 엄마한테 전화하여 맛이 없다고 털어놓을 것이다 장을 보러 나간다 필요한 건 없다 사고 싶은 것도 없다 장바구니를 챙겼지만 아무 것도 넣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간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아무도 없는 길을 지나간다 저멀리 엄마가 보인다 우리엄마, 팔리지 않는 플라스틱 팩을 잔뜩 진열해 둔 우리엄마, 텅 빈 장바구니를 보고 이리 오라 손짓하는 우리엄마, 얼른 가져가라고 하지만 돈은 꼬박꼬박 받아내는 우리엄마, 웃음 짓는다 엄마 웃음이 가장 맛있어 더 지어줘 뜸들이지 않고 퍼먹는다 배부르다 더 먹고 싶어
등록번호 : 100079
이 시는『김은성』 님이 쓴 것입니다. 작가 프로필 보기(클릭 이동)
●작가의 한마디:
"엄마가 해주는 건강한 나물 반찬에 손이 가지 않았던 자식이 자취를 하며 겪은 일을 표현한 시입니다. ‘나’는 엄마가 차린 식사에 항상 사랑이 있었다는 걸 깨닫고 단순한 끼니가 아닌 엄마의 맑은 웃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걸 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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