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예전부터 말이 없더라
네가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옛날 A지구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네를 어찌나 잘 타던지
밥 먹이면 내려가 타고 있고 언제는
밥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타더라고
애기야 밥 먹어라 밥 먹어라
3층 창을 열어두고 외치면
네 웃음소리가 퍼져서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그 힘으로
살았던 적이 있는데,
언제부터 소리가 안 들리는 거야
창문으로 가만 보고 있으니
다른 아이 엄마들이 지 새끼들만 태우고
너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태워주지 않더라고, 못된 인간들 같으니라고
그러면서 씩씩 거리며 내려가는데
애들이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갑자기
한 마디도 못하는 너한테 짜증이 나대?
나도 어렸지
엄마들하고 대판 싸우고 올라오면서
그럴 땐 엄마한테 말 좀 하라고 혼을 냈는데 아까 불러도 대답도 없고
멍하니 잠겨있는 너를 보니까
그래서 옛날 생각이 난 거야
하려던 말 있는 거지?
아니라고?
얼굴 보러 온 거라고?
자고 가지 왜 벌써 가
그럼 이거라도 챙겨서 가
그리고 가면서 베란다 한번 봐라
내가 손 흔들고 있을게.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