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창
너는 예전부터 말이 없더라 네가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옛날 A지구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네를 어찌나 잘 타던지 밥 먹이면 내려가 타고 있고 언제는 밥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타더라고 애기야 밥 먹어라 밥 먹어라 3층 창을 열어두고 외치면 네 웃음소리가 퍼져서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그 힘으로 살았던 적이 있는데, 언제부터 소리가 안 들리는 거야 창문으로 가만 보고 있으니 다른 아이 엄마들이 지 새끼들만 태우고 너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태워주지 않더라고, 못된 인간들 같으니라고 그러면서 씩씩 거리며 내려가는데 애들이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갑자기 한 마디도 못하는 너한테 짜증이 나대? 나도 어렸지 엄마들하고 대판 싸우고 올라오면서 그럴 땐 엄마한테 말 좀 하라고 혼을 냈는데 아까 불러도 대답도 없고 멍하니 잠겨있는 너를 보니까 그래서 옛날 생각이 난 거야 하려던 말 있는 거지? 아니라고? 얼굴 보러 온 거라고? 자고 가지 왜 벌써 가 그럼 이거라도 챙겨서 가 그리고 가면서 베란다 한번 봐라 내가 손 흔들고 있을게. 잘 가.
등록번호 : 10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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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말 없는 창이라고 제목을 짓고 말 없는 사랑이라고 읽었습니다. 어떤 때 어떤 사랑은 어떤 풍경으로 대체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베란다 창으로 손을 흔들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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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pages"(클릭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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