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적 살던 곳의 모래언덕
엉켜놓으면 흩어지는 것들을 바라보며
그 파도 위에 나를 쌓아 올렸네
바다와 하늘과 푸른 모든 것들이 만나는 지점이
붉어질 때까지 그곳에 있었네
기다렸네
어머니를, 오라비를
옆집 순이를
새 옷을, 피아노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제비꽃을
피어날 젊음을
어여쁨을
지나간 내 청춘은 이젠 먼 한때이고
아이가 쌓던 성은 더 이상 견고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쌓아 올린 그 모래 위를
밟고 설 누군가가 나타나서 참 다행이다 싶었네
너를 오래도록 기다렸네
내 청춘
내 꿈이 담긴 모래성 위에 서서
부서지는 흰 거품 바라보며
발목을 찰랑거릴
하얀 웃음 품은 너를 기다렸네
지나간 내 청춘은 이제 먼 한때이고
아이의 성엔 물이 밀려왔지만
기분 좋게 사그락대는
모래알을 발가락 사이에 끼고 말간 웃음 터뜨릴
네가 와서 참 좋았네
푸른 것들이 만나는 지점이 모두
까매질 때까지
그 시간과 아이와 모래는 고이 접혀
찰랑대는 웃음과 함께
물 밑에 잠겼네
등록번호 : 100093
이 시는『이윤서』 님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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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한때는 작은 소녀였을 어머니가 아이에게 보내는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엄마가 되어보지 않아 한 평생 자식만을 바라보고 사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쓰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고운 꽃과 옥색을 좋아하는 당신께서도 많은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고 어쩌면 아이들을 위해 그것을 포기하게 될 때가 있었겠지만, 어린 시절의 그녀이더라도 곧 만나게 될 자식들을 기쁘게 기다려주실 것 같았습니다. 순수하고 절대적인, 그 위대한 사랑을 품고 계신 시절을 마주하게 된다면 행복한 웃음 전해드리러 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