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유독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 어머니는 저 어릴 때 어느 순간 탁자에 앉아 책을 펴기 시작하셨습니다
책보다는 공이 좋고 공부보다는 친구가 좋았던
마냥 철없던 제게 어머니는 그런 모습을 매일같이 보여주셨습니다
어느 순간 책을 놓고 웃으시던 어머니를 보고
호기심에 저도 책을 집어들어 어머니 곁에 앉은 날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읽는 책은 무슨 내용이에요?"
"..."
먼 훗날 저는 알아버렸기에 눈물을 흘리고야 맙니다
내용을 묻는 아들의 질문에도 꿋꿋하게 지켰던 침묵의 의미를
어머니는 제게 결코 내용을 알려주지 못한다는 애통한 사실을
어머니께서 읽지도 못하시는 책들을 잡은 채 제 앞에서 울고 웃으셨던 것에 담긴 간절한 염원을
제가 스스로 책을 피는 순간을 고대하며 살아오신 겁니다
우리 어머니는 당신처럼 되지 않길 비셨던 것일까요
그 날이 제가 공보다 책과 운동장보다는 도서관과
더 친해지려 다가간 최초의 날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이십년 뒤에 여쭈셨습니다
그래서 그 책은 무슨 내용이었냐고
어렵게 운을 떼어봅니다
"...그 책에는 당신이 아이를 사랑으로 가르치는 방법이 적혀있었습니다"
"...충분히 좋은 책이었겠구나"
아들의 공허한 백지같은 인생에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검은 글씨가 새겨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까만 눈동자를 가지고 계셨지만
자식을 위하는 마음씨는 누구보다 하얗고 순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