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
아침부터 꾸물대다가 겨우 침대에서 나온 것은 그쯤이었다.
어제 밤도 시차 적응에 실패했다.
유럽에 다녀 온 뒤로 새벽 네시에 자는게 굳어졌다.
오늘처럼 겨우 일찍 눈을 떠도 침대에서 나오려면 시간이 걸렸다.
유럽 여행의 숙취에 절은 채, 유럽에서 태어났어야 한다고 중얼거린다.

3월, 이탈리아 토스카나는 맑고 시원했다.
한국의 시차를 버리지 못한 채 2주 여행 내내 새벽 네시에 일어났다.
씻고, 조식 먹으면서 숙소 고양이랑 놀려면 바쁘니까 괜찮다.
문을 열고 나가면 눈에 거리낄 것 없는 평원.
저 멀리 언덕에 오래된 역사를 가진 성곽 마을이 보이고..
렌트카와 구불구불 사이프러스 나무가 지키는 길.
포도나무들과 와인 오크통.
꼬리꼬리한 치즈와 감칠맛이 나는 햄.
국밥같이 친숙해진 본토의 파스타들.
비조차 우리를 비켜가는 날씨.

5월, 시차 없는 일상.
시차를 가지고 살던 3월과 4월이 그립다.
여행의 설렘이 너무 좋아서, 그 설렘과 조금이라도 덜 멀어졌던 시간들도.
더 멀어지기 싫어서 사진을 인화한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나의 고향은 이제 대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