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스케치

'안녕.
오랜만이야.'
그녀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안녕.
당신, 여전히 아름답네'
그가 멋쩍은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25년 전,
만리장성의 중간에서 헤어짐을 고한 뒤
처음 마주한 순간이었다.

서로는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바래버린 머리카락,
눈가에 뿌리를 펼치듯 수놓아진 주름.

아마 그 둘은 '침묵'이란 행위 예술의 조건이 없이도
서로를 쓰다듬듯 바라보기만 했으리라.

그 둘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어딘가 모르게 숨이 멎는 듯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맞잡은 그의 손은 이전과는 다른 촉감이었다.
따뜻하기만 했던 그의 손은, 이제 차가웠고
부드럽기만 했던 그의 손은, 이제 거친 느낌뿐이었다.

오랜 침묵 속에서 조용히 머물던 시선

마지막으로 둘은 서로의 안녕을 건넸고,
그 이후로 다시 마주하지 못했다.

그의 자리를 대신해 앉은
또 다른 누군가의 눈을 맞추며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홀가분하고, 그립고, 사무치는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그날은
진짜 이별의 끝이 아니라,
서로를 보내줄 수 있게 된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2.7매)

0

0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