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스케치
반듯한 사각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본다. 거리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다. 마주 앉은 사람의 상반신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배경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거리감이다. 한 사람은 계속 의자에 앉아 있다. 이 사람은 풍경의 설계자다. 그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 맞은편 의자에 앉는 사람은 계속 바뀐다. 노인, 아이, 청년, 여자, 남자. 그들은 한 사람 앞에 마주 앉기 위해 시간을 썼다. 세세하게 따져보자면 각자 기대하는 것은 달랐지만, 하나로 묶을 수 있었다. 일상을 벗어나길 원하고 있다. 두 사람만 시간을 쓴 건 아니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을 보기 위해 관객도 시간을 썼다. 그러니 그들은 이 시간이 의미 있기를 바란다. 무언가 감동적인 장면을 목격하길 바란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같이 온 사람과 '정말, 사람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군'하고 기쁜 목소리로 감상을 밝히고 싶어 한다. 한 사람이 떠나고 다른 한 사람이 설계자의 맞은편에 앉는다. 서로를 응시한다. 다른 한 사람은 설계자의 눈을 봐도 아무런 감정이 밀려들지 않았다. 이렇게 내 마음이 메말랐나, 여기서 안 울면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든다. 그래서 슬픈 장면을 떠올린다. 그 장면이 설계자의 눈동자에 비치는 것 같다. 눈물이 고인다. 설계자도 따라 눈물을 모은다. 관객의 박수 소리가 더 큰 울음을 유발했다. 감동적이다. 감동적인가? 진짜, 감동인가?
(3.6매)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