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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발목을 덮은 검정 컨버스. 검은 정장. 자켓 안 빨간 깃의 셔츠. 회색빛으로 덮힌 머리 위에 얹혀진 돋보기. 자켓 깃을 잡아 옷 매무새를 다듬는 남자.
큰 숨을 내뱉으며 앞으로 걸어나온다.
시끄러운 광장은 침묵으로 덮힌다.

테이블 건너.
한쪽으로 땋아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아래로 빨간 드레스.
눈을 감은 그녀.
마주해 앉는다.
눈을 뜨는 그녀.
‘…’
어깨를 으쓱하며 옅은 미소를 짓다 이내 입 매무새를 단정하게 한다.
‘안녕’
눈의 대화.

그녀가 대답한다.
’안녕.‘

한 숨을 내뱉는 그.
’꽤 떨리네.‘
미소짓다 이내 깊은 눈.

그녀의 눈이 드레스빛으로 물든다.
반짝이고 그리운 눈.
‘미안해. 고마워.’
‘뭘.’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그 언젠가 선명한 하나의 미소,
하나의 눈물,
단 하나의 깊은 무언가가 흩어진다.

테이블 위로 손을 내미는 그녀.
활짝 웃으며 손을 잡는 그.
‘여전히 따뜻하네.’
‘고마워.‘

멀어지는 손.
돌아서는 그.

다시 눈을 감는 그녀.
눈을 뜬다.
다시 감는다.
눈을 뜬다.
다시. 감는다.
들려오는 세상의 소음.
어쩌면 그녀의 세상은 좀 더 밝아졌을까.
가장 조용하고 아름다운 이별의 대화 뒤
다시 눈을 뜬 그녀는
마주 앉은 다른 이를 보며
다시 따스하게 웃는다.

(3.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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