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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하나의 눈동자는 하나의 세상을 담고 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이내 모든 나의 세상이 그녀의 세상과 접촉했고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었다. 순식간이었다. 테두리 밖에서 쳐다보고 있는 시선들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 공간에는 오직 그녀와 나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순간에는 그녀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얼굴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떨림만이 온전히 전해져 오고 있었다. 세상에서 홀로 남은 듯한 공허한 파동이 나를 진동 시키고 있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으며 그녀가 괜찮아지기를 바랐다. 눈을 다시 뜨고는 그녀의 세상을 다정히 보듬어주었다. 아기가 어머니를 안 듯이. 눈동자로 그녀를 안아주었다. 눈물로 젖어있는 그녀의 얼굴. 그리고 빨간 소매로 덮혀진 그녀의 손. 그녀의 세상이 기꺼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이끌리듯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하나의 세상이 되어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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