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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마리나가 여기 있다>
그날
미술관에 작품이 걸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작품을 구경하러 모였다
미술관은 장작더미가 되어 있었다
태양마저 불태워버리길 바라는 침묵 속에
불의 여자 마리나가 나무의자에 앉았다
강렬함 없는 심장, 지루한 제사
그녀의 드레스는 작은 불씨를 옮겼다
제논의 화살처럼 연소를 향하여
상상의 불길에 사람들 입김을 불어
마리나여, 너의 육체가 하나의
예술처럼 파괴되는 것을 바라면서
의자에 앉은 사람들에게도
마리나의 눈 속에 그들은 불씨를 전해받았다
그 속의 잃어버린 눈들이
미(美)를 발견하고 구출해냈다
마리나여, 우리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미(美)를 양심도 없이 가리켰구나
그는 너와 나 사이에서 재촉했었다
“서둘러라, 선고받은 육체여” 라고
우리가 만났을 때 그는 떠나버렸다
“너무 늦었다”
라고 말하며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미술관이 통째로 불에 타버리는 것을
죽어가는 마리나의 살이 불길에 재생되는 것도
그녀는 볼 수 없었던 것이고
네가 손 뻗으면 닿을 침묵 속에서 말하던 것도
내가 알았을 땐
너무 늦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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