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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이른 가을을 맞이할 것이다>

8월 30일. 눈부신 나머지 주변을 가려버린 조명. 조명에 비친 어떤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에르메스 버건디 원피스를, 어떤 그녀 눈동자에는 곱슬 묶음 머리가, 다음 어떤 소년의 동공에는 내 무표정이. 내 모습을 조립해 갈 때 수많은 저 거울은 이미 날 보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다. 시간 아깝게. 고작 고요한 눈싸움이나 하러 온 게 아니다.

‘진작 왔어야지.‘
‘음? 몰랐잖아.’
‘처음 널 만난 그날 급히 뛰어온 바람에 흐트러졌던 반묶음 히피 머리, 그 다음날 네가 예쁘다며 사준 원피스. 네가 올 것을 난 네가 아닌 다른 눈들을 보며 알았어.‘
’그래서 미안해.’

누구도 내가 나인 걸 모르게 하려고 오늘은 아주 다르게 하고 왔는데 말이다. 당신을 보려는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다. 무거운 눈물을 닦기보다 너의 손을 잡는다.

너를 어떻게 부를지. 어떤 인사할지. 그저 지금. 걷다 저 멀리서 네가 보인다면 손을 흔들지, 뒤 돌지, 욕할지 드물게 상상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 무엇도 필요치 않으니 그저 당신은 그대로 있어주면 된다.

“가을 한철 내 주인이 돼줘서 고마웠어.”
“아직 가을은 오지도 않았는 걸”

9월을 하루라도 빨리 맞고자 가까운 약속을 미룰 것이다.

(3.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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