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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웃
오늘 저녁, 산책 길에서 보이던 부풀어 터진 지렁이 하나. 메마른 것과는 반대로 넘쳐서 이겨내지 못하고 터진 것을 보니. 메마름과 넘침의 적당함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 건지. 한낱 인간의 감정은 아주 어린 아이의 변덕스러움과 같을 텐데. 나는 불과 어제도 지나치게 변덕스러워 입에서 나오는 총알을 막아낼 수가 없었는데. 인간은 뜨겁게 타오르고 싶다가도 뜨거운 갈증에 확인되지도 않는 물을 벌컥벌컥 마셔 대는 중일 텐데. 모두가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
강둑에 보인 동그란 노란꽃 사이에 보이는 작은 놀이터와 그보다 더 작은 아이들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것들을 응시하다 보면, 그 반대되는 것에 대한 생각. 오늘은 노을처럼 웃는 아이를 보고는 무표정인 아이에 대한 생각. 그 아이는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을 이미 지녔을 거라는 생각. 앞으로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서 도망쳐 종점에 다다를 거라는 생각. 그 종점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결국, 그 아이는 메마른 심장에 물을 붓지 않고 타오를 거라는 생각. 타오름이 새로운 시작의 순간이 될 거라는 생각. 그렇게 꼭 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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