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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웃
취향 밝히기. 제가 정말 어려워하는 것 입니다.
내가 싫다고 하는게 쟤는 좋으면 어떡하지 이런거죠.
그게 왜 걱정이냐면, 저는 제가 싫어하는 것은 다시는 좋아할 것 같지 않은 마음으로 비판합니다. 그래서 후회도 하구요.
그래서 익명의 힘을 빌려 싫어하는 글을 주제로 좋아하는 글의 형식으로 쓰려구요.
저는 칵테일을 좋아합니다.
칵테일에 대해서 잘 아냐고 물으신다면, 아닙니다.
심지어 술도 잘 못 마십니다.
‘칵테일이면 소주가 두 병인데?‘
뭐 어떻습니까 저는 소주 반 병도 혼자 못 먹는데.
글도 그렇습니다. 길고 깊은 내공을 품기는 글을 오래 읽기 힘듭니다.
길고 깊은 내공의 글이 잘못한 건 아닙니다. 문제라면 제 집중력이 문제겠죠.
어려운 글이 싫습니다. 어려운 단어와 옛 단어를 쓰면서 쌓아올린 글이 싫습니다.
성격상 모르는 단어를 전부 찾다보니, 글보단 암호를 해독하는 것 같습니다.
포근한 글이 싫습니다. 무조건 위로. 무조건 응원.
사람을 안주하게 하고, 부족한 자신에게 만족하게 만드는 쓰레기 같은 글이 싫습니다.
몇 년전에 유행하던 감성 에세이에게 친구를 많이 빼앗겼습니다.
공손한 글이 싫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 싶은 것 인지
저에게 정말 공손하게 다가오는 글이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 온 것은 나인데, 왜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모각을 반정도 진행하면서 제가 싫어한 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냥 솔직하게 글에 하소연하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멍하니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 그때 그렇게 말했지 하고 언젠가 떠오르는 글이고 싶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어서 스크랩 한 글 입니다. 솔직하다와 무례하다는 정말 어려운 선인 것 같습니다.
솔직한 글이 너무 공감되었습니다.
원문 ———————————————————————
좋은 글은 잘 모르겠으니
싫어하는 글이나 적어보겠습니다.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개인 취향입니다.
저는 칵테일을 사랑합니다.
아마 가장 유명한 칵테일이 뭐냐 물으면 007에 나온 마티니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마티니를 가장 싫어합니다.
줘도 안 먹습니다.
그게 제 취향이니까요.
밑의 이야기도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뭐라고 그런 걸 함부로 판단하겠나요.
꾸며낸 글이 싫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 말 하면 될 텐데, 굳이굳이 어려운 단어 선택이나 고급지게 말하는 게 싫습니다.
취업 자소서 쓸 때 자소서가 아니라 자소설을 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되겠습니다.
앞뒤로 잔뜩 꾸며봤자 알맹이는 하나인데, 오히려 꾸밈과 내용이 비교돼서 알맹이가 더 하찮게 보여져서이려나요.
거짓말이 싫습니다. 이유가 필요할까요. 가짜를 사랑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은연중에라도 거짓말과 진심은 구분할 줄 압니다.
칭찬이라고 다 같은 칭찬이 아닌 것처럼요. 거짓말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되네요.
사람의 신뢰마저 없애버리기 때문에, 거짓말을 단 한 번 했을지라도, 그게 들통나는 순간 그 사람은 인간 전체가 가짜라고 인식됩니다.
감정을 호소하는 글이 싫습니다.
그런 얘기 들어보셨나요. 슬픈 영화를 보면서 “이거 그냥 울라고 만들어놨네.” 그런 글이 싫습니다.
저는 슬픈 영화가 “울어!” 하면 “네!” 하고 펑펑 우는 스타일입니다.
울라고 만들어놨으니 울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글은 좀 다릅니다. 텍스트는 비언어적 분위기가 아닌 단어라는 걸로 분위기를 보여주는 거니까요.
텍스트로 공간을 만들고 비언어적 표현을 묘사하거나 감정에 쿠션을 넣어 비유하는 글은 좋아합니다.
근데 냅다 그냥 “이거 감동적이지?? 슬프지?? 이 글 좀 인스타 감성 나지????” 뭐 이런 게 싫은 겁니다.
팔려고 만든 거.
진심이 눌러 담긴 글이 좋습니다.
진심은 늘 무겁습니다.
무거운 글이 좋습니다.
알맹이가 가득가득한 그런 글.
그런 무거운 글을 가볍게 쓰고 싶습니다.
칵테일도 가볍게 풀어낸 걸 사랑합니다.
아시아 대회에서 우승을 하셨던 바텐더분의 바를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어디서는 한 모금 삼키기도 벅찰 정도로 아주 끈적거리고 무거운 칵테일이,
그 누구보다 가벼운 술로 만들어져서 제 앞에 내어졌습니다.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어떻게 이렇게 가벼울 수가 있냐고 여쭤봤더니,
“대부분 칵테일 한 잔만 마시러 오시지는 않으니까요.
다음 칵테일도 마시고 싶어지게끔 가볍게 풀어냈습니다.”
글 하나만 읽으실 거 아니잖아요.
다음 글을 읽을 수 있는 감정을 남겨두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게 제 목적지인 것 같네요.
목적지야 중간에 바뀔 수도 있는 거고요.
삶에서도 탁 트인 풍경이 좋습니다.
시야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수평선이나 지평선.
시야에 뭔가 걸린다면 그곳에 초점이 잡혀 다른 걸 놓치기 십상입니다.
아직 잘 모르겠으니 둘러보면서 가려고요.
(11.8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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