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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2

날씨가 좋았다.
가을의 날씨는 대체로 그랬다.
해가 천천히 기울 무렵이면 하늘은 분홍빛과 보랏빛 사이 어딘가에서 머문다.

그날도 그랬다.
과제 점수를 예상보다 잘 받아서 기분도 좋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하루가 괜찮게 흘러간다는 건 생각보다 드문 일이라, 그 기분을 더 붙잡아두고 싶었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으로 향했다.

하늘은 보라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속도로 산책을 하고,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소리를 냈다. 별일 없고, 별일 없어서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고모가 다치셨다고 했다.
손을 크게 다쳐 앞으로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이 뒤따랐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방금까지 좋았던 기분이 빠르게 사라졌다. 기분이 좋아서 공원을 다녀온 일이, 과제를 잘 받았다고 웃었던 일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그날 밤, 누워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을 운이 좋았던 하루로 기억할 텐데, 어떤 사람에게는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불운한 하루였을 수도 있겠구나싶었다.

같은 날, 같은 하늘 아래서도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주저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운이라는 건 어쩌면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겐 축복처럼 주어지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니거나, 때로는 잔인하게 돌아가는 것.

그래서 운을 말할 땐 항상 조심스럽다.
좋은 운이 따랐다는 말 뒤에는, 어딘가에서 그만큼 잃은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따라오기 때문에.

(3.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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