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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3
누구나 한 번쯤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자기 이름 불러주는 상상을 해보지 않나?
4년 전 겨울. 좋아하는 밴드가 저녁 8시에 깜짝 팟캐스트를 한다며 공지를 올렸다. 한 번에 500명이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멤버가 접속자의 마이크를 켜면 직접 대화할 수 있었다. 난 꼭 그 자리에 들어가고야 말겠다며 눈을 번쩍 떴다.
해야 할 일들을 얼른 마무리하고 휴대폰을 켰다. 접속 5분 전. 내 안의 관종 끼는 주체할 수 없는지 닉네임을 바꿨다.
“ 제 5의 멤버 “ (밴드 인원이 4명이거든요 ^^)
닉네임으로는 안 될 것 같았는지 프로필 사진까지 바꿨다. 나의 악기 베군(베이스 기타)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말이다. 뭔가 기운이 좋았다. 아니. 뭔가 될 것 같았다. 한술 더 떠서 내 베이스 기타와 앰프를 미리 준비했고, 그 밴드 노래를 살짝 연습했다. 준비는 다 됐어.
저녁 8시가 되자마자 빠르게 클릭했고 선착순 500명에 들었다. 이거였다. 케이팝 덕후 짬이 여기서 나오는구나.
그 이후부터 운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멤버가 날 발견하는 것도, 마이크를 켜주는 것도, 대화하는 것도. 그때였다.
“오, 이분 특이한데요? 악기를 들고 계시고 닉네임이 제 5의 멤버래요”
?
뭐지 이거.
나 꿈인가? 진짜다. 실전이다.
멤버 한 명이 나를 골랐고 마이크를 켜줬다.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고 베이스 기타를 긁으며 우웅-. 하는 소리를 들려줬다. 아니나 다를까, 어! 베이스 소린데! 반응이 오자마자 좋아하는 곡의 라인을 쳤다.
“아 내 제자 삼고 싶다. 레슨 받으러 오지 않을래요?”
(대충 뭐 이런 뉘앙스였다. 저 떨렸다고요. 기억 안 난다고요.)
그날의 기억은 내 생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 운이란 있는 거구나 느꼈던 하루다. 그날을 위해 일을 일찍 끝냈고, 웃긴 닉네임과 사진을 준비했다. 김칫국 마시며 악기와 앰프를 준비했고, 라인을 연습했다.
운도 그냥 오지 않는다. 운처럼 보이지만 예감과 준비가 만든 기회였다. 그날 나는 운을 감지했고, 준비했으며 붙잡았다. 운은 먼저 두드리지 않는다. 나는 항상 운이라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날 찾아온 운에 다가가려 손잡이를 있는 힘껏 돌렸을 뿐이다.
그날 밤공기는 이상하게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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