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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3

운에 기대지 않아야한다.
고 생각했던 이유는 뭘까.

내 일이 아니다. 
나에게 올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생각도 말자. 
로또를 기대하지 않듯.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있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다.
사랑한만큼 아프게된다.
믿었던만큼 실망하게 된다. 

총량의 법칙을 믿는다.
그래서 무섭게 느껴진다. 

모든 일에는 이면이 있으니.

엄청난 운이 나에게 올 때, 

무엇을 대가로 할지 두렵다.
누군가에게도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다.
뭘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은 더더욱.

인생은 모순이다.
행운 뒤 꼭 불행이 함께 오는 것마저.
동전의 양면 같은 거 아닐까.

불운이 지나고 보면 행운이었다 생각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 상쇄되어지는 작용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대운을 탐하지 않는다. 
대운을 꿈꾸지 않는다.
내 그릇은 겨우 요정도인가.
운도 욕심내지 못하는 난.
욕심난다 이야기도 못하는 난.

재채기를 할 때마다 건네던
GOD BLESS YOU.
신의 가호를 빌어.
헤어질 때 마다 안녕 대신
GOOD LUCK.
행운을 빌어.

그리 두렵다 말하며 왜 난 이런 인사를 건냈을까.
여행을 다니며 그렇게 많이 주고 받던
다정한 인사들이 회의롭게 느껴져버렸다.
생각함으로써
다정한 마음으로 편하게 누군가의 행운을 빌어줄 수 있던 때가 지나가버렸다.
멀리서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보면 비극이 이런걸까.

친구와 행운에 대해 이야기 나눴는데
다들 하늘이 나를 도와주는 느낌이 든 적이 있었다고,
물 흐르듯 나를 어디론가 원하던 곳으로 데려가는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고 했다.

도무지 그것이 무슨 말인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같았다.

분명 나에게도 운이 들린 적이 있을텐데

운이라 생각하는 기준치가 높은 것인지 

노력으로 이루어냈다는 자만일지 

큰 것을 잃을까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나약함일지 

글을 쓰면서 그것이 모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난 이것조차 욕심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는 것을 알았다.

운처럼 얻어낸 것들을 생각해보자. 하며

운이라 말할 수 있는 기억들을 꺼내본다. 

원하는 직장에 갈 수 있게 되었던 것.

그토록 그려왔던 나의 20대 오롯이 나를
위한 쉼을 얻었던 것.

큰 병에 걸리지 않은 것.

소매치기 한번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세계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세계가 넓어질 수 있게 해주었던 내 사람들을 만난 것.

내가 누구인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깊은 대화가 통하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가고자하는 방향과 목표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내가 사랑으로 자란 것.

지금 엄마아빠의 딸로 태어난 것.

운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운을 찾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더 큰 운을 운이라 부르려고 욕심을 낸건가?
이렇게나 운으로 똘똘 뭉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데.
내 삶자체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엔 행운이 가득하다.

삶이 행운이다. 

작은 행복들이 모두 행운이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내게 있다.
운으로 얻은 만큼
주어진 만큼
무게를 견뎌라.
두려워 말라.
행운이라 부를 삶의 흐름을 즐겨라.

나만 불행할 리 없고
나만 행복해지지 않으란 법도 없다. 

강줄기는 모여 바다가 된다.
어쩔 땐 불행이라 어쩔 땐 행운이라 불리는
수많은 모순이 가지친 줄기들이 모여
당신이라는 푸르고 깊은 바다가 된다.
강에 머물러 있고자 해도
어차피 바다로 흐른다.
그냥 운이라 부르며 그 흐름에 올라타보자.
바다로 파도로 살 수 있다는 건
행운이 맞다.

(9.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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