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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내기

글쓰기는 입관(入棺) 직전의 염습과 비슷하다. 염습사는 먼저 시신의 육신을 육안으로 확인한 후, 찢기고 뜯겨진 살점이 있다면 일일이 실과 바늘로 봉합한다. 보통 시신은 부패하지 않도록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만한 차가운 안치실 속에 보관해놓지만(보관이라는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마지막 숨통이 끊기며 여태껏 꽉 조여왔던 괄약근이 느슨하게 풀어지는 바람에 묵은 배설물이 마구 쏟아져 돌아다니고, 벌어진 상처를 비롯해 눈과 코, 귀에선 노란 악취를 풍기는 흐물흐물한 앙금을 배출한다.

염습사는 시신의 마지막 저항에도 흔들리는 모습이 없는데 호흡을 콧 속부터 저 속의 폐포까지 차분하게 정리한 뒤 차가운 알코올을 묻힌 면으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조심스럽게 닦아낸다. 생전의 땀과 굳센 저항으로 얼룩져 떡진 머리를 일일이 감겨내고 머리카락은 빠지지 않도록 살금살금 빗는다. 상처가 나지 않도록 면도 크림를 바른 뒤 부드럽게 입술 위와 턱, 구렛나루의 면도를 하고, 그가 이름을 가졌던 시절을 재현하기 위해 차가운 피부에 노란 살색 파운데이션을 바른다. 그 위로 입술을 붉게 칠하고 향수를 뿌려 생기를 더한다.

시신은 사후경직으로 인해 몸이 굳어있는데, 팔목부터 시작하여 팔과 어깨, 대퇴부에서 무릎을 지나 발목까지 전신의 근육을 풀어야만 한다. 굳은 몸을 잡고, 상하좌우로 천천히 돌리면 근육이 부드럽게 이완되는 것이 느껴지는데 염습사는 그제서야 수의를 입힐 수가 있게 된다. 시신은 보통 거칠고 누런 모시옷을 입히는데, 골다공증과 같은 생전의 병력이 있다면 뼈가 미쳐 으스라지지 않도록 옷고름을 맬 때는 힘 조절에 주의해야만 하며 고운 비단 옷을 마지막에 입혀 치장한다. 베개와 장매를 놓을 때 쯤에 염습사는 대개 땀으로 젖어있는데 시체의 부패를 막기 위해 한겨울에 에어컨을 트는데도 불구하고 차마 시신은 이승의 발 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지 더 무거워지는 탓이다.

그렇게 생동감 가득했던 시신의 '이름'이 있던 시절을 땀으로 불러내고, 유가족에게 그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어 차마 다 어루만지지 못 할 감정을 대신하기 위해 고개와 허리를 구십일도로 푹- 숙인 채 그들의 찢어지는 울음 소리와 고함 소리를 묵묵히 듣고만 있는다. 전문적인 염습사는 국가가 지정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철저히 지키는 것 말고도 양심을 지켜내고, 맡은 바 숙명을 지켜내는데. 수의를 입히는 바람에 유가족에겐 보이지 않을 뒤통수와 피가 쏠리는 바람에 시퍼래진 등, 은밀한 사타구니까지 섬세하고 세밀하게 신경쓴다. 마지막 모습을 아름답게 장식한다는 사명감으로 염습사는 그렇게 시신의 마지막을 대한다.

잘 쓰여진 글의 이치가 이와 같다.

(6.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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