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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4
‘너는 왜 항상 클로버를 보내?’
글쎄, 왜일까. 카카오프렌즈 튜0가 네잎클로버를 쥐는 그림이 좋더라. 색감도 예쁘잖아. 하지만 세잎클로버면 더 좋았을 거야. 내 메시지는 ‘Good Luck’이 아니었거든. 너의 행복을 바랐다. 그 그림, 나는 행복을 보냈던 거야.
‘너는 네잎클로버를 가지고 다니잖아.’
정확히,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말이야. 유행이었으니까. 네잎클로버 재배 농장은 10개 단위로 팔더라고. 인간의 욕심 깃든 행운, 괜찮았어. 가지고 싶었어. 그 때의 나는 휩쓸리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다 버릇이 됐어. 그게 전부야.
‘같이 있는 그 종이는 뭐야?’
‘클로버에 대한 개인적 감상, 읽어줄까?’
‘응’
‘사랑을 띈 것들이 모여, 행운을 이룬다면’
‘무슨 뜻이야?’
그냥 막 쓴 거야. 클로버잎이 사랑을 닮았더라고. 초록색 사랑, 3개가 모이면 행복, 4개가 모이면 행운… 결국 행복이나 행운이나 사랑으로 비롯되는 게 아닐까- 라는 바보같은 생각, 조금 해버렸던 것 같아. 아,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 눈 좀 그만 찡그려줄래?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거, 달갑지 않단 말이야.
‘효과가 있어?’
없어. 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클로버가 있어도 많이 울었어. 네잎이 아닌 세잎이었으면 뭔가 달라졌을까. 내가 바랐던 건, 행운과 행복과 사랑. 4의 안에는 3이 있으니까 가능할 수도 있잖아. 사실 지금 네 표정, 보면서 살짝 울고 싶어졌어. 이건 비밀로 해야겠다.
‘여름이잖아. 세잎은 흔하니까 하나 따서 가지면 안 돼?’
그 생각도 해봤지. 해봤어. 오늘 강의 끝나고 집에 가고 있는데,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더라. 수많은 무리 중 하나, 욕심이 났어. 하지만 가져가지 않았지. 내 손으로 ‘행복’을 죽이는 게 잔인했거든. 누군가의 친구거나 자식일 수도 있잖아. 무서웠어. 네잎을 찾는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도 이유 중 하나였겠지.
‘있지, 내가 얼마 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
‘무슨 생각?’
‘세잎클로버가 만연하는 이유, 인간중심주의지만 말이야. 어쩌면 지구의 모든 사람에게 행복 하나씩 주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어.’
너다운 해석이다. 와중에 덧붙이는 것까지, 너답다. 너는 항상 그랬지. 인간에게서 손을 떼려는 나를 붙잡고 안아줬잖아. 나는 항상 울었지. 마냥 고마워서는 아니었고, 나머지는 의문으로. 가끔 이런 생각도 스쳐가. 네가 나랑 같이 날아가서 저 아래에 잠드는 거야. 하지만 발을 딛는 너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니까. 나는 그래서 더 서러웠던 것 같아. 나는 가끔 내 클로버를 봐. 그리고 자기혐오에 빠지곤 해. 하지만 너는 환하게 웃겠지. 네잎클로버다- 라고. 그 미소에 반한 나, 할 말 없이 아프다.
‘자, 줄게.’
‘세잎클로버네? 어디서 가져왔어?’
‘너랑 오래 만나다 보니 옮았다. 너한테 주려고 두 개씩 가지고 다녀.’
잠시 침묵이 흘렀지. 너는 곁눈질로 나를 봤고. 결국 나는 네게 건넬 대답을 입에 올렸어.
‘고맙네.’
‘정말?’
“응, 이제 행복과 행운이 같이 있겠다.’
거짓말이야. 사실 기쁘지 않아. 아니, 기뻤어. 그런데 왜 대답을 거짓으로 꾸몄을까. 이제 내 휴대폰케이스, 그 안에 너와 내가 있어. 환하다. 예쁘다. 그리고 너무나도 잔인해. 사랑과 친절이 이렇게 잔인할 수도 있구나. 너는 항상 내게 모르던 것들만 가르쳐주고 있어. 그래서 너무 무서워.
‘이거 줄게.’
‘네잎클로버를? 왜?’
‘보답이야. 감동적인 선물에 대한.’
부정적인 감동, 그래도 감동은 맞지 않을까. 미안, 또 거짓말했어. 이건 보답이 아니라 떠넘기기거든. 나는 네 친절을 보며, 혐오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혐오적 행운을 네게 줄게. 혐오, 혐오… 지겹지? 나는 얼마나 지겹겠어. 떨떠름하게 받는 너, 귀엽다. 미안해. 나는 호의를 욕심으로 답해버렸다. 하지만 너의 호의도, 하나의 욕심이니까. 그렇지만 이걸 누군가 본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너의 욕심은 불행이 담겼다고.
2.
너와 헤어지고 이불에 파묻혔다. 잘 들어갔나는 질문,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애써 참아냈던 것들을 소리없이 뱉어낸다. 지금 들리는 것, 훌쩍거리고 흐르고, 나만 들을 수 있는 0.1의 외침이 전부이다. 비판하고 싶어, 비난하고 싶어, 혐오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무작정, 아주 무작정 너를 __ 하고 싶어. 너의 안에는 내가 있지. 우리는 같은 종이니까. 나는 자유롭고 싶어. 앞서 말한 것들에 무딘 존재가 되고 싶어. 느끼고 있을까- 나는 지금 우리의 종의 명을 말하고 있지 않아. 응, 느끼고 있어. 나는 우리를 너무나도 ‘우리’ 하고 있어.
묻고 싶다. 어떻게 환해질 수 있어? 어떻게 웃을 수 있어? 알려줘. 네가 준 행복을 꺼내본다. 너같아서 화가 올라와. 내 책상, 9개의 네잎클로버, 모두 곰팡이가 피고 찢어졌어. 지금 이 방에서 가장 환한 건 ‘행복’이야. 네 방에서 가장 음울한 건 ‘행운’일까. 하지만 크기가 작으니 금세 묻힐 거야. 그러니 죄책감도, 안도감도 없어.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 저 무참한 행운들이 곰팡이 핀 이유에 대해 말이야. 너, 불행을 먹어대고 있었구나. 견디다 못해 죽었구나. 그래서 내가 너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불행 가득한 세상 속 행운, 얼마나 무력하겠니. 지금쯤 행복에 겨운 마지막 네잎클로버는 살아나고 있겠구나. 파릇파릇해지고 있겠구나. 축하해. 너는 행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겠다. 네가 행복해서 너무 슬프다. 너의 환한 미소에 못생김이 없겠다. 한동안 거울은 보지 않아야겠다. 손가락으로 브이, 양쪽 입꼬리에 건다. 올라가, 올라가- 축 쳐지는 입꼬리. 네가 준 것을 넣어둔다.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줘. 나의 불행을 가늠해보렴.
여름의 햇빛에 파릇파릇, 그 습도에 녹아드는 곰팡이. 참 어려운 계절이다. 그치? 더 쓰고 싶은 마음마저, 곰팡이에 녹슬고 있어.
3.
‘네가 준 클로버다?’
보여준 것에 시간이 묻어나네. 뭐, 푸름은 연약하니까. 하지만 너의 것에 파릇함이 느껴지고 있어. 죽어가는 게 아니라, 살아가고 있네. 죽음을 향하지 않고, 죽음이 그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 역시 너다. 너라면 살릴 줄 알았어.
‘내가 준 클로버는 가지고 왔어?’
‘응, 그런데 안 보여줄래.’
‘왜?’
‘부적은 너무 꺼내보면 효력 떨어진대.’
상투적인 거짓말이야. 내 건 죽어가고 있어. 행복이 죽음을 향하고 있어. 역시 나야. 나라면 죽일 줄 알았어. 하지만 너에겐 비밀로 할게. 그 장난스런 속상함, 진심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
‘효과는 있어?’
‘글쎄, 너는?’
‘나도 뭐, 아직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이미 행운은 힘을 다하고 있는데, 무심하구나. 무심하기에 행운이 찾아올 수도. 행운도 존재라면 말이야. 나처럼 예민하고 못된 애보다 활발하고 멋진 애랑 친해지고 싶겠지. 미안하네. 내 욕심으로 잡아뒀잖아. 하지만 밉다. 결국 나를 떠나 행복한 네가.
‘돌려줄게.’
‘응? 왜?’
‘너한테 있어야 할 것 같아. 내가 준 것도, 네 것도.’
‘그래도…’
‘그냥 받아. 없어도 언젠가 찾아오겠지.’
묘하게 생기없는 세잎을 알아볼까. 아, 그냥 넣어두네.
‘받고 싶으면 말해줘.’
‘그래.’
나는 포기했어. 확신이 들었거든. 내 것이 아닌 걸 억지로 탐하는 게, 얼마나 구차하고 부질없니. 너는 가끔 나를 그렇게 만들어.
‘네 별명이 하나 생각났어.’
‘뭔데?’
‘크로바, 클로버의 옛날 이름. 클로버 한껏 쥔 모습에 생각났어.’
내 마지막 클로버, 크로바. 나는 언젠가 너를 포기할 거야. 하지만 클로버, 보면 기대고 싶잖아. 그러니 내게 행복과 행운을 믿게 해줄래? 다른 사람들처럼. 바라보며 행운이 찾아오겠다- 생각하게 해줄래? 크로바, 내게 클로버 해줘. 부탁할게.
‘크로바? 그럼 너는 클로버 해.’
‘이유는?’
‘그냥 애칭.’
다 죽어가는 클로버, 파릇파릇한 크로바. 이 무슨 모순적인 만남이야. 그런데 내가 클로버는 사랑을 띈다고 말했잖아. 내게 사랑을 느끼니? 그거 하나는 기분좋다. 물론 색은 내 것과 다르겠지만. 그래, 나는 아직도 너를 희망하고 있어. 그러니 안녕은 최대한 뒤로 미루자. 한 번만 더, 클로버를 믿어볼게.
(20.2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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