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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행운이란 뭘까?
변덕스럽게 그지없는 일상 속에서 꾸역꾸역 찾아내는 사소한 행복일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왜 삶이 주어졌는지 고민하곤 했다.
어쩌면 사는 것이 잉여 같은 일 일지도 모르겠다고 수 없이 생각했다.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자라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 터지도록 억울하고 비참한 경험들이 많지만,
차마 너무 끔찍해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꾹꾹 삼켜온 날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운 이란 뭐야? 행운이란 또 뭔가? 나에게 운이라는 게 있기 있긴 한 건가?
과연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행운 이라는게 정말 작용하는 어떤 일 이긴 한 걸까?
운수 좋은 날에 죽음을 맞이한 어떤 낯선 이가 생각난다.
그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운수가 정말 좋았던 걸까?
운 이 좋았다가 나빴던 것은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 걸까? 운이 없는 사람인 걸까?
나는 살면서 내 운을 만들어가는 사람인 걸까?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온 시간은
운수 좋은 날 과 운수 개 나빴던 날이 반반이다.
정확히 불운한 날과 운수 좋은 날이 비례하는 것 같다.
여기에 차마 쓰지 못하는 나의 어린 시절
그리고 성인의 때 불운했던 기억들을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다.
한 사람이 인생에 한 번도 겪지 못할 만한 일들 나는 너무 많이 겪었다.
그래서 때때로 삶을 살기가 싫었다.
그게 불운한 것이라면 나는 세상에서 손꼽힐 정도로 불운한 사람일 것이다.
내가 산다는 일은 정말 오롯이 정신력과 생존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은 일기를 쓸 때도 거짓말을 쓴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아무리 익명이라도 절대 쓰지 못하는 삶의 불운했던 기억들이 너무나 많다.
똑같은 말을 몇번이나 반복하여 쓰고 있는데, 그만큼 하고싶은 말을 참는다는 의미다.
행운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야 하는데..
나는 행운이라는 주제를 말하고 싶지만 불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놀고 있다.
행운은 나에게 너무나도 치열한 것이어서 차마 입 밖으로도 쉽게 낼 수 없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원고지 20매 정도를 쓰라고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괴로운 일이 될 줄 몰랐다.
행운을 생각할수록 나는 자꾸 슬퍼진다. 나에겐 행운이라는 말보다 운이라는 말이 더 깊이 와 닿는다.
나는 글쓰기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유달리 글이 써지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글을 쓰고 싶지 않다.
행복한 생각을 하면서 긍정적인 말로 설명하고 싶은데,
지금 내 속에는 슬픔이 가득 차서 계속 부정적인 단어만 떠오른다.
이런 날에는 글을 쓰지 않고 붓과 나이프를 들어야 할 때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인생의 고락들을 캔버스 위에 휘갈겨야 직성이 풀리겠다.
행운이라는 일은 나에게 결코 쉽게 오지 않는 어떤 순간들이다.
내가 운이 좋다고 말하는 순간은 있어도,
이 일은 내게 너무 행운이었어! 라고 감탄하는 순간은 거의 없다.
그만큼 행운은 행복과 직결되어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불행한 건 아니지만 행복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행운에 대해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서 행운의 순간들을 누리면서 살고있는 걸까?
만약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운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면 그건 나는 너무 억울한데?
왜 나에게 그런 행운은 자주 오지 않는 거지? 운이 없는 것은 억울하지가 않은데.
행운이라고 생각할 만한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지지 못한 건 좀 억울하다.
나는 왜 항상 매일 숨어 있는 작은 행복 들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걸까.
그렇게라도 찾지 않으면 내 일상에 너무 지루하고 슬프고 처절하고 괴로워서 죽을 지경이다.
이 글은 내가 봐도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 글이 되겠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해도 이 글은 따분하고 지루해서 도저히 읽어줄 수가 없는 글이다.
지금도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불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이 행복하고 즐거운 글이 되지 않고 있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어떻게서든 꾸역꾸역 2000자를 맞추려는 나의 눈물 겨운 몸부림이 느껴지시나요?
나는 정말 행복하고 싶어요.
나에게 행운은 행복과 같아요.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은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 보다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예요.
궂이 행운을 찾지 않아도 내면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기쁨 같은 것에 잠겨 죽어도 좋을것 같아요.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 수는 없겠지만,
치열하게 찾지 않아도 나에게 쏟아지는 행운 같은 행복 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이 글을 꾸역꾸역 채우고 나면 나는 다시 수면제를 먹고 지쳐서 잠이 들 겁니다. - 라고 어제 쓰고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퇴고를 하면서 당신에게 소박한 아침인사를 보내 봅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어떤 글을 쓰실까요?
행운에 대한 글을 재미있게 퇴고하신 분들이 오늘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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