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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감정은 숙취와 비슷하다. 만남이 있어야 이별이 있다. 술이 있어야 숙취가 있다. 만남도 술도 처음엔 즐겁고 기껍다. 만남이 만남으로 이어지고 술이 술을 마신다. 여기서 취하면 취할수록 뒤끝이 길다. 급하다 마시다 취할 수도 있고 오래 마시다 취할 수도 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이별도, 온몸이 아픈 이별도 있다. 그렇다고 누워있을 수만은 없다. 뭐라도 해야 한다. 토해내든 물을 마셔서 희석시키든 그것도 안 되면 약을 먹든 뭐라도 해야 한다. 털어내야 다른 만남을 시작하니까. 어쨌든 일어나야 다시 마실 수 있으니까. 우스운 건 그렇게 심한 숙취 후에도 또 다시 마신다는 거다. 너무 힘들어서 한동안 다시는 어떤 술도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만남이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것처럼 정신차리니 술자리에 앉아 있을 때도 있다. 금주선언을 하며 평생 끊어낼 수도 있지만 그게 썩 잘 되지 않는다. 만남과 이별의 이치가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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