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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퇴고를 하기 앞서 글쓴이의 하루(?)]
8시에 미션을 확인하고는, 아예 다시 써야겠다 생각하며 시험공부를 하러 도서관으로 갔다.
얼마 전 본 면접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나의 학적 사이트에 로그인했다.
탈락.
안타까워하는 건 욕심쟁이 심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이었잖아.
면접 경험해 봤잖아.
아 진짜 탈락은 이런 느낌이구나.
-
전공을 살리지 않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선택에 꽤나 긴 시간을 후회할 것 같아서.
그러기 싫어서 내린 선택이다.
나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부딪혀야지.
-
하.. 글이 안써진다..
이슬아 작가님도 마감 때 허덕인다고 하셨는데,
나는 오죽할까.
-
모각글을 통해 하나는 확실하게 알았다.
21일은 꽤 길구나.
나, 어쩌면 올해 안에 꽤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겠구나.
인턴에 떨어지는 덕분에,
대구에 더 있게 되었다.
아, 좋네? 유락을 몇 번이나 더 갈 수 있는 거잖아!

[프롤로그]
저는 행운이 쉽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게는 행운이 쉽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더 큰 행운이 왔으면 하는 욕심쟁이 같은 말이기도 해요.
수많은 평범한 하루들이 쌓여서
극적인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제게 어떤 것이 행운일까요?
어떤 것이 제게 행운일까요?
모르겠어요.
그치만 행운은 좋은 거니까.
언젠가 꼭 한 번쯤!

[거짓! 거짓! 거짓!]
저는 뭐든지 1등 하는 어린이가 되고 싶었어요.
체육대회에는 달리기 1등.
과학의 날에는 물로켓 1등.
환경의 날에는 표어 대회 1등.
어린이날에는 그리기 대회 1등.
뭐를 그렇게 꼭 1등 하고 싶었는지.
지금의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대부분 1등을 해 온 것들은,
예체능이에요.
실제로 엄마가 보관해 두신 초등학생 시절 상장을 보면
죄다 예체능에 관련된 것들이에요.
즉.
공부는 그렇게 잘하지 못했다는 말이에요.
똑똑한 아이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것까지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하루는 명절 때 사촌이 들고 온 퍼즐의 답을 힐끔 보며 풀었어요.
머리 쓰는 퍼즐 게임 있잖아요.
그걸 잘해서 칭찬 받고 있는게 부러웠나봐요.
그래서 따라 했어요.
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시곤 ‘솔직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나요.
왜 그랬을까요.
왜 남의 노력을 훔쳤을까요.
그래도 이때는 어렸으니까.
라고 생각하기에는, 이게 저의 본성이었던 것 같아요.
최대한 쉽게 살고 싶은 것이요.
돌아보면 부끄러운 것이 참 많은 유년 시절이에요.

[외로움 마주하기]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특히나 저의 모든 본성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요.
중학생 시절, 딱히 친구라 할 만한 애가 없었어요.
여러 매체에서는 학창 시절의 친구를 평생을 동반자라며 저를 겁줬어요.
이런 마음은 처음이었어요.
어떻게 덮을까.
열심히 이 감정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1. 도서관 가기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에 가는 방법이에요.
저는 만화책도 싫어하는 아이였기에 이 방법은 실패합니다.
2. 쉬는 시간마다 복습하기
중학교 때 전교 5등을 해 본 이유,
친구가 없어서요.
이거는 그나마 꽤 통했던 것 같아요.
어차피 해야 하는 공부 쉬는 시간에 하자.
애들이 복도에서 다정하게 떠들어 댈 때,
사실은 공부하는 척을 해댔어요.
집중이 될 리가요.
온 생각을 외로움으로 가득 채웠어요.
어리니까 따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도 몰랐던 것 같아요.
3. 산책
말이 산책이지 온 학교를 돌아다녔어요.
벤치에 앉아 있기도 하고.
이건 꽤나 괜찮았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혼자라는 사실이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요?
지금의 저는 혼자 무언갈 하는 것을 더 좋아하거든요.
아무래도 사춘기 시절이니까 그랬을까요?
제게 중학교 기억은 이게 전부예요.

[애매한 사람]
고등학생이 된 저는 제법 잘 적응했어요.
외로움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좋은 언니들, 좋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그저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요.
원래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는 법이잖아요.
성적이 참 애매했습니다.
4등급, 3등급, 2등급이 골고루 섞여 이룬
환장의 조합.
공부를 다짐하는 일은 참 어려웠고
그대로 유지된 성적으로,
쓸 수 있는 대학의 라인은 뻔했어요.
인서울 대학 두 곳에 면접 보고 온 것만으로도 기적이었죠.
또 하고 싶은 건 왜 이렇게 많았는지.
(사실 지금 돌이켜 보면 멋있어 보이는 것이 많았던 것.)
저는 다양한 것에 대해 얕고 얕은 지식이 많았고,
몇 가지는 은근히 끌리는 것들도 있었기에,
고민 끝,
수많은 전공 중 취미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공학 계열을 선택합니다.
-
대학 진학 후, 상황은 점점 더 애매해져 갑니다.
어떻게든 공학에 흥미를 느껴보려,
잔뜩 좋아하는 척 로봇 설계 경진대회를 나가고
연구실도 들어갔어요.
좋아하려고 하니 좋아지는 것 같고.
그렇게 방향 없는 3년을 보냈다.
물론 공학을 좋아하려던 시기에는 나름 방향이 있어보였지만,
돌아보면 결코 아니었다.
다행히 나는 창업 사업단에 들어갔고,
아이템 구상, 시장 조사, 차별성 분석 등의 경험을 했다.
작은 경험이지만 적성에 맞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 느낌만으로 진로를 결정하기에는 섣부르다고 느꼈다.
나는 항상 얕은 것들에 끌려왔으니까.
뭐든 얕게 하고 끝내버렸으니까.
그런데 이 모든 여정을 돌아본 지금,
이번에는 이 직감이 맞았다.
전공과 무관한 자격증 공부를 이어왔고,
전공과 무관한 직무의 인턴 공고에 지원했다.
운 좋게 면접도 봤다.
전공자가 아니라 실무경험이 절실하여 면접이 더 간절했다.
면접관들의 뾰족한 질문에 부족함이 드러났다.
아,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실은, 처음으로 진심이 담긴 노력의 여정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름의 많은 경험을 한 이후라 더 확신이 가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인턴 지원이 작은 빗방울 같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내가 새로 정한 방향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다.
느낌이 좋다.
막막하기도 한데, 산뜻한 느낌이 동시에 든다.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 같다.
-
제게 어떤 것이 행운일까요?
어떤 것이 제게 행운일까요?
앞서 던진 두 질문의 답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우선 나에게 아직 행운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을 이야기로 회귀할 수 있는 것,
사소한 일에도 배움을 느낀 것,
다양한 나의 모습으로 살아본 것,
고통스럽게 고민을 이어 갔던 것,
그래서 결국 나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 현재와
앞으로 셀 수 없는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행운 가득한 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에필로그]
곧 행운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내가 만든 순간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우리는 언젠가 꼭 행운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정말 대단한 사실은,
그 순간을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일 거예요.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만큼 좋을 거예요.
행운이라는 거는요,

(16.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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