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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나의 기도는 항상 끝내 이루어졌다. 이건 크나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끼고 아껴내어 기도를 보내는 편이다. 행운에도 총량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교회에 처음 갔다. 그 교회는 하천을 낀 농촌 마을답지 않게 큰 교회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교회를 들락거렸다. 목사의 연설이 한몫했다. 어린 나의 눈에도 호소력 있는 내용과 목소리였던 것 같다. 그의 열정적인 목소리는 주일 오후마다 공간에 울려 퍼졌다.

예배당에는 신의 형체 대신 십자가가 걸려져 있었다. 신을 굳게 믿고 기도를 펼치는 어른들은 전쟁터에 나가기 직전의 투사처럼 필사적으로 보였다. 어떻게 저리도 모든 것을 바치고 감내할 수 있을 듯이 기도하는지. 당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라 오히려 보고 싶은 대로 바라볼 수 있어서. ‘그렇게 각자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신을 품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회개는 죄스런 생활 태도에서 탈피하여 하나님께 귀의하는 일을 말한다. 나는 회개의 뜻을 정확히 알고 나서부터는 교회를 가지 않았다. 회개하면 죄가 용서된다는 집사의 말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아니, 내가 가진 불행이 떠올라 숨이 턱 막혔다. 진정 신이 있다면, 피해자에게 먼저 용서를 건네라고 말해야 하지 않나. 이런 의문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바로 옮겨낸 이유. 그것은 사죄조차 받지 못한 상처는 용서할 기회도 박탈해 버린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 기회를 보이지도 않는 신이 가져가는 것도. 신에게 사죄하고는 용서받았다며 평안을 느끼는 사람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 후로는 나는 의식적으로 작은 기도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존재하는지도 모를 신과 떨어져 나의 선택과 의지로 살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부터 나는 기도와 행운과 멀어져 중고등 시절을 보냈다. 모든 것이 나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정해진 것, 운명은 없다 믿었다. 외부의 불행이나 행운의 사건이 있을 때마다 나는 불행을 처리하기 위해 바삐 손을 놀렸다. 행운을 쳐다볼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두껍게 쌓여있는 상장에도 기쁨을 느낀 적은 없었다. 군 단위에서 받은 상들에 기뻐하는 건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생각도 한몫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상들을 받는 건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점점 슬픔도 기쁨도 느낄 수 없는 단단한 골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우물을 혼자서 뛰쳐나갈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20살이 되기만을.

언젠가부터 나는 골룸의 딱딱한 심장까지 얻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누가 나를 밟아도 눈 깜빡하지 않을 수 있었다. 빙하에 둥둥 떠있는 얼음처럼. 나는 햇빛에 녹아 심해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렇게라도 살아남으려고 애썼다. 불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불행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그때의 나에게는 행운이란 항상 가까이 있었음에도 절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불행에 자발적으로 매립 되어있는 골렘 하나에게는 행운을 볼 눈 따위는 달려 있지 않았다.

용기 있는 자가 행운을 볼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나는 아주 능숙한 도피의 기술을 가진 아이였다. 과거도 나의 뒷목을 움켜쥐고 있었지만, 나의 두 발을 묶은 것은 미래였다. 걱정과 두려움. 무한한 상상과 변수 속에서 나는 떨고 있었다. 이미 차가운 빙하가 추위에 떠는 것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일임에도, 빙하의 차가운 표면을 지나 그 중심에서 나는 인내심이 다한 낙엽이 흔들리듯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청아하게 바람이 불어오는 등굣길에는 아침부터 내가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까 두려웠고. 태풍이 마을을 덮쳐 홍수가 났을 때의 등굣길에는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낯설지 않았다.

불행에 익숙해지는 순간, 모든 것들이 허무로 보인다. 맑은 하늘과 웃음, 성취 같은 행운도 허무가 되고, 불행 또한 허무가 된다. 죽음의 관점에서는 모든 것이 허무이지만, 삶의 관점에서는 모든 것들이 행운인 것을 그때의 난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스무살이 되고 우물 안에서

죄송합니다! 내일은 15매 꼭 채우겠습니다...!

(10.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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